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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49>-깨달음의 노래

늘 깊은 삼매에 빠지는 진묵 - 소설가 이재운

한참만에야 진묵이 삼매에서 돌아왔다.

“아니, 너 제사지내러 간다더니 왜 그냥 돌아왔느냐?”

“스님, 저 제사 지내고 오는 길입니다. 하루가 지났다구요.”

“흠, 그랬나?” 능엄의 깊은 세계는 시간조차 끊어낸 모양이다.

어느 해 상운암에 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님들이 모두 탁발 나간 사이 진묵은 선정에 들었다.

탁발을 끝낸 스님들이 한 달쯤 되어 돌아와보니 가부좌한 진묵의 얼굴과 옷자락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방 안에는 먼지가 가득하였다. 그 때에도 진묵은 ‘벌써들 돌아왔느냐?’고 말할 뿐이었다.

유 속에서 무를 보이고, 정(靜) 속에서 동(動)을 보인 경지다. 아무런 걸림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진묵이 어디서 누구를 스승으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하였는지, 깨달음은 언제 어떻게 이루었는지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다.

당시의 유학자인 봉곡 김동준과 시를 많이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전하는 것은 다음의 시밖에 없다.

하늘을 덮고 산을 베고 / 땅에 누워서 / 달빛 켜고 흰구름 늘어놓고 / 바다를 마시네 / 취한 몸 일으켜 춤을 추나니 / 소맷자락이 곤륜산에 걸리지나 않을지.

진묵의 의식이 어디까지 닿았었는가를 보여주는 시다. 자유로운 의식, 일어나면 곤륜산보다도 더 높고, 돌아오면 시간을 잊고 삼매에 잠긴다. 의식의 파장이 너무 높고 길어 후세에 전하는 이야기는 오로지 신화 같고 꿈 같은 이야기들이다.

초의는 이백년 동안 진묵을 싸고도는 이야기들을 모아 적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 사람의 말에 ‘이름이 높으면 무정(無情)한 돌에 새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길가는 나그네의 입이 바로 그 비(碑)’라고 했다. 선사께서 노여움을 일으키실까 두렵다.”

진묵은 어느 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 뒤에 지팡이를 끌고 산문을 나섰다. 시냇가를 산책하다가 지팡이를 세웠다. 그리고 물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시자에게 물었다.

“저게 바로 부처님의 그림자지.”

그러자 시자가 말했다. “스님의 그림자입니다.”

“이런이런.” 진묵은 시자를 꾸짖었다.

“너는 나의 가짜만 알고 부처님의 진짜는 모르는구나.”

그러더니 곧 지팡이를 메고 절로 돌아와 대중을 불러 모았다.

“난 지금 가겠다. 뭐든 물어볼 게 있으면 어서 물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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