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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50>-깨달음의 길

전염병 두려움에 부끄러운 경허 - 소설가 이재운

 

다른 질문이 없자 한 철없는 스님이 일어나 물었다.

“스님께서 가신 뒤엔 누가 그 종승(宗乘)을 이어받습니까?”

진묵은 오래도록 침묵하다가 역시 다른 질문이 없자 앞서 질문을 한 그 스님을 향하여 말했다.

“무슨 종승이 어디에 있는데?”

그러자 다른 제자들이 이 문제를 들어 자꾸 묻자 할 수 없이 정(靜)이란 스님을 지명하고는 편안히 세상을 떠났다.

초의는 이 부분에 대하여 무척 아쉬워했다.

“제자들의 임종 때 질문은 잘못이다. 종승에 대한 질문이 대사의 뜻에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물어야 할 것은 묻지 않고 묻지 않아야 할 것을 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산의 법을 이어받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그것이 근거없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찌 한탄하지 않겠는가.”

1562년에 태어나 1633년에 왔던 자리로 돌아갔다.

너무나 전설적 기적을 많이 보여 오히려 따돌림을 받고 있는 스님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에 이런 전설적인 스님 한 분이 계시다는 게 후학들에게는 한 가닥 위안이 될 것이다.

서른한 살 되던 해 여름, 경허는 홀연히 속세로 나간 옛 스승 계허(桂虛) 생각이 떠올랐다. 날이 새자 경허는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났는데 경기도로 가던 중에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났다.

경허는 근처 동네로 뛰어갔다.

어느 집 처마 밑에 몸을 붙이고 비를 피하려고 하자 집 주인이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빨리 그 자리를 피하라고 야단을 쳤다.

“저리 가요, 저리 가!”

경허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채 다시 다른 집 처마 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신 죽으려고 환장했소? 어서 물러나시오!”

까닭을 알고 보니 그 동네에 장티푸스가 돌아 사람들이 모두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경허는 거리에서 비를 맞으며 밤을 새웠다. 경허 자신도 그 전염병에 걸려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두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였다.

“내가 무슨 도를 배웠단 말인가!”

그 길로 발걸음을 돌려 동학사로 돌아오면서 생각나는 대로 화두를 외워보았다. 무슨 말인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한 화두에 의심이 갔다. 그것은 ‘나귀의 일도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온다.’는 화두였다. 화두의 내용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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