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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53>-깨달음의 길

만공의 깨달음에 허를 찌른 경허 - 소설가 이재운

 

선문염송 제408칙에 소개된 이 공안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앞서의 소년처럼 물었다.

이 질문에 조주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청주에서 베로 장삼을 한 벌 지었는데 무게가 일곱 근이더군.”

이렇게 간단한 문답이다.

만공은 이 문제로 며칠 밤을 지새웠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가면 의당 하나는 만법으로 돌아가지 않겠느냔 생각으로 핵심은 지르지 못하고 왔다갔다 공안의 주변만 배회했다. 조주는 베 장삼이 일곱 근 베로 되어 있다는 것으로 만법과 하나를 일치시켜 납자들의 수고를 덜게 했건만 만공은 도리어 무거운 짐을 지었다. 만공은 온양의 봉곡사로 처소를 옮겨 더욱 열심히 이 공안을 참구하였다. 다음 해인 칠월, 새벽 종과 함께 울려퍼지는 염불 소리가 만공의 귓전을 두들겼다.

‘만상(萬像)이 변하는 그 모든 법칙이 곧 마음에서 일어남을 알아야 한다.’(화엄경)

만공은 오도송을 지었다. 그의 어록에도 보이듯이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일체가 생기고 한 생각이 없어질 때 일체가 없어진다.’는 일체와 생각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빈 산 기운(理氣)은 고금을 넘어섰고 / 흰 구름 맑은 바람은 / 스스로 흘러다닌다 / 무슨 일로 달마는 / 서천을 떠나왔는가 / 밤닭 울자 떠오르는 아침 햇살….

이 오도송은 그 첫 행에 보이는 ‘기운(理氣)’이라는 단어로 만공이 이 공안을 푸는 데에 주역의 음양 이론을 원용했음을 보여준다. ‘이(理)’는 우주의 본체, 태극의 근본이고, ‘기(氣)’는 태극으로부터 갈려나온 음양의 세계이므로 본체의 ‘이’와 현상의 ‘기’가 서로 어울림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오도송은 삼 년 후 경허로부터 허무하게 깨지고 만다. 공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경허는 날카롭게 파헤쳤던 것이다.

“여기 토시와 부채가 있다. 토시를 부채라 하는 것이 옳으냐, 부채를 토시라 하는 것이 옳으냐?”

만공은 그가 깨달은 방식대로 대답했다.

“토시를 부채라 해도 옳고 부채를 토시라 해도 옳습니다.”

경허도 그 공안을 미루어 질문을 했고 만공도 그러했다. 만법이 곧 하나요 하나가 곧 만법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경허는 대뜸 다른 질문을 했다.

“눈 뜬 석인(石人)이 눈물을 흘린다 하니 무슨 뜻이냐?”

앞의 질문을 선시(禪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싯구로 바꾸었을 뿐이다. 돌로 빚은 사람의 형상과 눈물을 흘린다는 현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앞서의 만공의 대답과 견준 것이다. 만공은 입을 열지 못했다. 무엇을 안다는 것과 무엇에 통한다는 것의 다름을 경허는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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