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1 (목)

  • 구름조금동두천 27.3℃
  • 맑음강릉 32.5℃
  • 구름조금서울 29.2℃
  • 맑음대전 29.1℃
  • 맑음대구 30.5℃
  • 맑음울산 29.2℃
  • 맑음광주 29.2℃
  • 구름조금부산 28.6℃
  • 맑음고창 28.2℃
  • 맑음제주 29.7℃
  • 맑음강화 26.8℃
  • 맑음보은 26.5℃
  • 맑음금산 27.2℃
  • 맑음강진군 27.9℃
  • 맑음경주시 29.7℃
  • 맑음거제 28.0℃
기상청 제공

[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60>-깨달음의 길

동산 용성과 조우, 깨달음 정진 - 소설가 이재운

 

어느 해 가을 스산한 바람이 마른 나뭇잎을 굴리는 뜰 앞을 말없이 내다보던 혜봉의 눈가에 육신의 이별을 알리는 조짐이 보였다.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혜봉의 눈빛은 무아의 고향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향수 77세, 법랍 41년이었다. 1881년에 태어나 1958년에 세상에서 형상을 감추었다.

스님이 된 뒤보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 더 매력을 느껴 실었다. 시절이 어수선하고 워낙 늦게 출가하여 전하는 기록이 많지 않다. 특히 오도의 근거를 찾지 못하였다.

1927년 9월, 하안거를 해제한 동산은 범어사 금어선원(金魚禪院)의 동쪽에 난 대나무밭을 무심코 거닐었다. 여름을 났으니 대밭은 쭉쭉 뻗은 대와 무성한 잎으로 넘쳤고, 시원한 그늘을 멀리 드리웠다.

그는 1890년생이니 이 해는 38세나던 때다.

마침 쓸쓸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대나무 잎들이 서로 부딪쳐 사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동산이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대나무밭을 지나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동산이 품고 있던 공안이 봄 눈 녹듯 스르르 풀어져 버렸다.

대나무 부딪는 소리는 동산의 오도송이 되어 허공으로 울려퍼졌다.

원래 한 번도 윤회하지 않았는데 / 무슨 제2신(第二身)이 있으랴 / 백년이… / 다만 이것의 반복일 따름이네.

동산은 그 길로 은사인 용성(龍城)을 찾아가 깨달음의 경지를 시험받고 그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동산을 인가한 용성은 1864년에 태어나 1940년에 입적한 스님으로 삼일운동 33인 공동 대표였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한 끼 밥도 먹지 말라는 청규(淸規)를 펴면서 선(禪)과 농사를 겸하는 운동을 폈다. 수많은 한문 경전을 한글로 옮기는 데에도 남다른 애를 쓴 선각자다.

동산은 그뒤 1935년부터 금어선원 조실이 되어 70~80명의 수좌들과 함께 정진했다. 그는 매일 동래로 온천장으로 탁발을 하러 다니면서 대중의 살림을 도맡았다. 그가 늘 하는 말은 ‘목숨바쳐 정진하라.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이었다.

이듬해 1936년에는 해인사 조실이 되었고, 이어 조계종 종정이 되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