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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61>-깨달음의 길

동산, 최후 설법 후 고요히 입적 - 소설가 이재운

 

이듬해 1936년에는 해인사 조실이 되었고, 이어 조계종 종정이 되었다.

이 해, 즉 1936년에는 그의 스승 용성이 동산을 불러 법인(法印)을 내어주고 전법게를 읊었다.

이제 해동 초조의 법인을 / 계율의 맥과 정법안장으로써 / 동산에게 전하여 맡기니 / 잘 지켜 끊어짐이 없도록 하라

동산의 선기를 엿볼 수 있는 선문답이 있다.

태국 승정 일행이 찾아와 동산은 함께 불국사에 갔다. 그때 동산이 다보탑에 조각된 사자상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 사자를 좀 보시오.” / “예.”

“저 사자의 울음소리가 들립니까?” / “…”

“내가 태국에 갔을 때 대접을 후하게 받았는데 오늘 답례로 이 사자의 울음소리를 선사합니다.”

동산은 이때 일흔 셋이었다. 다보탑 돌사자의 포효에 태국의 승정과 그를 수행한 고승들의 입이 막혔다.

법석에서 누군가 동산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북송의 연수(延壽) 선사는 만일 심장과 간을 도려내도 목석 같이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는데,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그러니 먹지 말라는 거야.”

“술을 마시되, 오줌똥을 먹는 것처럼 여기는 대중은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요?” / “그러니 마시지 말라는 거지.”

“미인을 시체나 다름없이 여기는 대중은 음행을 해도 된다고 했는데요?” / “그러니 음행을 하지 말라는 거지.”

“아니, 스님. 걸림이 없는 대중은 어떤 일에도 구애됨이 없다는 뜻 아닌가요?”

“딱하구나. 걸림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술, 고기, 여자를 취하지 않는 법이야. 걸림이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범부라면 그런 것들을 취하지 말아야 하는 건은 당연하잖는가?”

이번에는 동산의 자문자답 선문답이다.

“어느 곳을 향해 가느냐?” / “부처가 없는 곳을 향해 간다.”

“어디가 부처가 없는 곳이냐?” / “머리를 돌려 흰 갈매기에게 물어보아라.”

동산은 생애 최후로 범어사 금강계단 65회 보살계산림을 맞아 3일 동안 계속 설법을 했다.

1965년 3월 23일, 양력으로는 4월 30일.

평소와 다름없이 대중과 같이 예불, 공양, 도량 청소를 차례로 마치고 저녁 6시가 되어 그는 조용히 입적하였다. 마치 하루의 일과를 마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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