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였던 권정생 작가의 장편동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는 교회 종지기 아저씨와 생쥐의 대화를 통해 1980년대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5월 생을 마감한 작가의 작품인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이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작품 속에서 종지기는 외로운 사람인 듯하다. 그는 노총각인데다가 가난하고 병약하기까지 하다.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종지기가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생쥐, 토끼, 참새 등이다.
그는 외로운 인간적 소회에서부터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분단된 조국 현실,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르기까지 마음 속에 품었던 것들 생쥐와의 대화를 통해 풍자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읽게 되는 이 작품은 낯설다. 문학작품은 어떤 형태로든 작가의 시선에 의해 시대를 반영한다. 이 작품이 낯선 까닭은 동화의 테두리 안에서 전하는 사회비판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이는 우화나 동화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깊어가는 가을, 손에 든 이 작품은 종지기로 한시절을 보냈던 작가의 뒷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 왼쪽 가슴을 여러 번 쓰다듬게 된다.
판화가 이철수씨가 책 속에 그린 운치 있는 삽화들이 비판적인 작품 내용과 다르게 느껴져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