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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65>-깨달음의 길

운수(雲水) 후 평온 되찾는 경봉 - 소설가 이재운

 

경봉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운수의 길에 올랐다.

뭔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버티고 서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선사들의 전기를 보면 운수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이미 깨달은 선사들이 교화와 보림의 수단으로 운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나온 운수는 그렇지 않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이 운수를 좋아한다. 구름처럼 바람부는 대로 떠다니고, 물처럼 흘러다닌다고 해서 운수(雲水)다.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사람이나, 조정에서 일이 뜻대로 안되거나 하면 곧잘 전국 유람을 떠난다.

스님 말고도 화담 서경덕이라던가 토정 이지함 같은 사람들도 운수를 퍽 즐겼다.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의식을 전환해보기 위한 것이다. 앞서의 혜봉이 엿장사로 전국을 떠돌아다닌 것도 운수다.

그러면서 그도 그가 가야할 길을 찾아냈다.

이렇게 경봉도 전국을 떠다니며 사람 사는 모습도 구경하고 각종 물산도 구경했다. 의식을 벼리는 작업을 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어떤 결실을 가져오는지 바로 연결된다.

서른다섯살이 되던 해에 통도사 극락암에서 열린 화엄산림이 경봉에게 맡겨졌다.

강설을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 그의 착잡한 가슴 속으로 한 줄기 빛이 흘러들었다.

천지를 입으로 삼키니 이 큰 기틀이구나

돌원숭이 학을 타고 진흙거북 쫒아가네

꽃 숲엔 새가 자고 강산은 고요한데

달빛 솔그림자는 누가 희롱하는 것이냐

결국 화엄산림 강설을 자기 자신에게 한 셈이 되었다. 이 강설을 통하여 가장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도 경봉 자신이었지만 가장 열심히 배우는 학생 역시 경봉이었다.

다음날 연못가 감나무 아래에 서서 마치 개벽이라도 하는 듯 경봉의 가슴은 전율했고 이어서 게송이 나왔다.

종과 목탁이 울어 급히 문을 열었다

바다처럼 푸르러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한 광명 터져 삼천대천 세계를 비추니

나와 하늘 땅을 분별치 못할네라

강설 칠일째 되는 날 밤. 땀만 흘리며 새벽 두시를 그냥 넘기더니 마침내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보고 오랜 굴레를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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