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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166>-깨달음의 길

입적 위해 최후 문답 하는 경봉 - 소설가 이재운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 눈 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 허허, 서로 만나서 의혹 없으니 / 우담발화 꽃잎이 법계에 흐르네.

쯧쯧 무정한 나의 주인아! / 이제야 만났으니 / 어찌하여 이다지도 늦었느냐!

허허 우습다. 그대 안에 내가 있었는데 / 나더러 늦게 왔다구? / 네 눈이 밝지 못해서 늦었다네

또한 경봉은 오도의 기쁨을 태평가란 노래로 표현하기도 했다.

태평가 불러보세, 태평가 불러보세 / 금일 일난풍화하고 산층층 물잔잔 산화소 야조가하니 태평가 불러보세 / 녹양천변 방초 안에 백우거를 잡아타고 /임운등등 등등임운 놀아볼제 / 나나리 나나리 리라리 리라라 나나리로다.

강의 중에 홀연히 깨달았다는 것도 퍽 보기드문 오도 인연이다. 강의라는 것은 유치원 교실에서부터 노인대학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곳에서 이루어진다.

산사에서도 이런저런 강론이 무척 많다. 그때마다 강의를 하는 선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강의를 가장 열심히 듣고 이해하는 사람은 강의를 하는 당사자일 수 밖에 없다.

어떤 대학 교수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혼자서 연구할 때보다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중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고. 학생들이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옆사람 어깨를 툭툭 치면서 건성으로 들을지 몰라도 선생은 그럴 수 없다.

열강을 하는 선생을 보면 그건 분명 삼매요, 선정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강의 중에 얻는 깨달음은 가장 객관적일 수 있어서 더욱 바람직하다.

시자가 최후 문답을 청했다. 물론 스님들이 돌아가실 때에는 의례 있는 일이므로 특별한 청탁은 아니다. 죽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스님 가시면 스님이 보고 싶어질 겁니다. 어떤 것이 스님의 참모습입니까?”

경봉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한밤중 삼경이 되거든 대문 빗장을 만져 보거라.”

1982년 7월 17일 하오 4시 25분, 경봉의 우주는 조용히 닫혀버렸다. 그와 그의 세계를 동시에 품어안고 한 세계의 막을 내려 버린 것이다. 자기가 보고 싶으면 한밤중에 나가서 대문 빗장을 만져보라고 했다. 자기가 보고 싶으면 이라는 말은 물론 구도적 언어다. 진리가 대문 빗장에 있고, 고타마 싯다르타의 정법안장이 통도사 대문 빗장에 걸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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