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는가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是山 水是水)
핵심은 단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是山兮 水是水兮)”라는 구절이었다.
원래 이 말은 고려 말 백운(白雲) 화상이 한 적이 있고, 이에 앞서 송나라 때 임제종(臨濟宗) 황룡파(黃龍派) 청원유신(靑原惟信) 선사의 법어에 등장한다. 이 법어 내용은 이러했다.
- 30년 전 아직 참선하기 전에는 ‘산을 보면 곧 산이고 물을 보면 곧 물이었다’ (… 看見山就是山 看見水就是水). 그 후 어진 스님을 만나 선법을 깨치고 나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더욱 정진하여 불법 도리를 확철대오하고 난 지금은 ‘그전처럼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依前 見山只是山 見水只是水). 대중들이여, 이 세가지 견해가 서로 같은 것이냐 각기 다른 것이냐? 만약 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이 노승은 그에게 엎드려 절을 하겠노라.
말년에 스님을 찾아온 문화방송의 한 기자가 물었다.
“스님, 한 말씀만 여쭈겠습니다.”
“뭐를?”
“1천3백만 불자가 있는데 그 불자들에게 한 말씀만.”
“한 말씀만? 내 말에 속지마라. 자신의 말에 속지 마라.”
“내 말...?”
“내 말 말이여. 내 말한테 속지말어. 나는 늘 거짓말만 하니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내 말에 속지 마라, 그 말이여.”
1993년 9월 ‘성철스님법어집‘ 11권과 선종의 종지를 담은 ’선림고경총서‘ 37권이 완간된 지 두 달 만인 그 해 11월 4일 아침, 그는 제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법랍 59년, 세수 82세, 그가 마지막 앉아 있던 자리는 그가 출가하여 처음 앉았던 자리였다.
그가 남긴 임종게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무슨 뜻인지 알 수없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 산채로 무간 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 푸른 산에 걸렸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