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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대석]심재덕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장

 

‘삼상사(三上思)’. 좋은 생각은 베갯머리(寢上)에서, 말을 탈 때(馬上), 화장실(厠上)에서 잘 떠오른다는 뜻이다. 깨끗한 화장실, 쾌적한 화장실, 한 발 더 나아가 인류의 위생과 건강까지를 생각하는 화장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이 작고 평범한 생각을 아주 특별한 ‘문화 혁명’으로 끌어올렸다. 이달 21~25일 닷새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 창립총회’(WTAA : World Toilet Association Assembly). 무려 세계 60여개국 1천300여명이 참가해 세계 각국의 위생시설 설비, 질병, 물 부족 문제 등을 점검하고 화장실 개선 운동의 성과를 공유한다. 국가 계급 인종 차별 종교에 관계없이 위생이 인간의 기본권이자 미래지향의 이슈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 역사적 총회까지는 꼭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심재덕 위원장이 수원시장 재직 때인 지난 97년 한-일 월드컵을 우여곡절 끝에 수원에 유치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심 위원장은 동시 개최한 일본에 조금도 뒤지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화장실 개선’ 이었다. 즉각 월드컵 경기장에 축구공 모양을 본뜬 화장실을 지었다.

 

이 작은 발상과 단초가 ‘세계 총회‘를 주도하는 종주국으로 우뚝 섯고, 머잖아 UN 산하 국제기구의 탄생을 목전에 둔 것이다. NGO의 자발성으로 출발, UN 자문기구를 지향하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제기구로의 발판 마련이다. 우리 선대가 다시 태어난다면 컴퓨터의 디지털 혁명에 앞서 ’끝없는 변신‘을 이룬 ’화장실 문화‘에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측간’ ‘뒷간’에서 ‘해우소’로, 이젠 ‘문화 콘텐츠’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생리적 배설 공간’에서 ‘문화 섭취 공간’으로 한 차원 승격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오후4시 국회의원 회관 216호실에서 심 위원장을 만났다. 창립총회 준비와 정기국회 일정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그는 1시간여 짬을 내 그간의 지난했던 과정을 털어놨다.

 

 

 

“회장실 뺨치는 화장실 문화공간 만들터”

-화장실 문화가 이젠 어엿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 산파역이 심재덕 위원장이신데 ‘화장실 문화를 개선시켜야겠다’는 동기는 무엇이었나.

▲97년 월드컵 수원경기장 유치때부터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화장실 문화에 앞서 있었다. 동시 개최국인데 그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래서 수원의 공중화장실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시작이다. 꼭 10년전의 일이다. 지금 세계총회까지 열리는 건 대단한 쾌거다. 나는 목표가 있으면 순간순간 한 눈 팔지않고 ‘올인’한다. 그 습관이 오늘의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지금처럼 세계총회를 생각하고 한건 아니다. (심 의원장은 바쁜 스케쥴 탓에 피곤한지 인터뷰 도중 자주 하품을 했다. 이날도 새벽 1시30분까지 근무했다고 말했다.) 여생을 바쳐 이 운동에 전념 할 것이다.

 

 

 

 

 

 

 

-심 위원장께서 이같은 생각을 본격 행동으로 옮긴 것이 지난 1997년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심포지엄’을 열며 학술적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대중 음식점 등 다중 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으뜸 화장실 콘테스트’를 실시했었다. 그간 협회의 지난했던 과정을 말해 달라.

▲그간 국가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고 덜컥 약속하고 나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했다. 당시에는 ‘화장실문화운동’이란 말조차 생소했다. 한국의 공중화장실은 고질적 만성병으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지난 96년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97년 7월과 99년 2월, 화장실 관련 전문가를 초빙, 한국에서 첫 ‘아름다운화장실 가꾸기’ 심포지엄을 열면서 그 방향을 제시했다. 반딧불이 화장실과 항아리, 축구공 모양의 화장실을 건축하고 대대적 캠페인을 벌였다. 물론 항의도 적잖았다. 그러나 문화는 한 번 성숙되면 후퇴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 홍보는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이젠 수원이 화성과 갈비보다 화장실이 더 유명할 정도다.

-이달 21~25일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첫 세계총회의 의의와 향후 총회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되나.

▲‘토일렛’이란 단어를 쓰는 것조차 터부시했는데 이젠 한국이 주도해서 세계 조직을 만들어 정보와 기술교류, 문제점을 협의해 인류를 질병에서 구하자는 것이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60여개국 1천300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명실공히 화장실 관련 국제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갖게된 것이다. 국제 공조를 통해 위생적이고 문화적이면 환경친화적인 화장실 보급 운동을 전개, 저개발 국가 국민들의 위생적인 화장실을 갖추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세계화장실협회(WTA)는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랑의 화장실 짓기’ 운동을 펼쳐 화장실 관련 기술 및 세계기술표준 개발보급 등 인류 보건과 위생을 증진시킬 것이다. 화장실의 위생은 단연 일본이 앞서는데 ‘문화’와 접목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국은 화장실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행복감을 느끼도록 했다.

-이번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때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社회장을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 코피 아난 前 유엔사무총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온다고 하던데.

▲세계적 인사들이 창립 취지에 공감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 시게루 오미 WHO 서태평양 사무처장은 총회 개막식의 기조연설을 수락했다. 화장실은 세계적 ‘물부족’ 문제와도 직접 연관돼 세계물협회 대런 세이웰 개발국장이 참석해 이 문제를 부각시킨다. 또 정래권 UN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 ESCAP 환경 및 지속가능 발전국장이 참석한다. 아킴 슈타이너 UNEP 사무총장과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교수가 축하메시지를 보낸다.

-이 화장실 개선 운동이 ‘세계적 물부족’ 문제에 어떻게 기여하나.

▲전 세계 26억명이 화장실 없이 강 바다 냇가에서 자연적으로 용변을 본다. 남은 41억명의 인구는 자기 집에서 식수를 받아 화장실 물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1톤에 680원이다. 변기를 통해 소비하는 물의 총 사용량은 연간 10억2천200만톤이다. 수돗물 생산원가를 고려하면 연간 6천950억원이다. 하수 정수 비용까지 계산하면 그 경제적 손실은 대단하다. 그래서 우리는 ‘빗물 저금통’을 설치해,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화장실용수로 써야한다. 물부족 문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지역경제학회가 분석한 ‘WTA 설립에 따른 국내외적 기대효과’에 따르면 앞으로 10년동안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창출되는 화장실을 포함한 위생시설 개선비용 규모가 무려 100조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발맞춰 국내 화장실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 같은데 현재 국내 업체의 현황은 어떤가.

▲7~8년전만해도 형편없었다. 그러나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업체들도 발전하고 있다. 아직 타 산업에 비해선 매우 영세하다. 아마 이번 총회를 계기로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바로 확산되고 발전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점진적으로 몸에 배서 습관이 돼야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국내 위생도기 관련 업체는 모두 38개 업체, 약 2천여명의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수출 규모는 370만불(한화 34억원)이다. 그러나 화장실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심 위원장께서는 이 운동을 ‘국가 차원의 생활문화 개선 운동’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그렇게 진행돼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할 것으로 보이는데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는 종주국으로서 장기적 계획을 말해달라.

▲조직을 단단하게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유엔의 목표대로 2015년까지 화장실 없이 사용하는 사람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또 유엔 산하기구가 돼도록 노력할 것이다. 여수박람회 동계올림픽과 다르다.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본부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이건 영원한 것이다. 내일도 대정부 질문에 화장실만 갖고 질의한다. 세계 의정사상 화장실을 주제로 대정부질의는 처음이다. 정부에서 관심갖고 지원을 해야된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지 알아야한다. 이젠 못사는 나라의 ‘화장실 개선 운동’으로 도와야한다는 것이 골자다.

-11일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의 해우재(解憂齋)를 준공식을 하는데 이 상징물은 화장실 문화운동의 ‘아이콘’으로 화장실을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취지 같다. 이곳에서 하루 숙박하는 5만달러라고 하던데 신청한 사람이 있나.

▲접촉을 해온 사람들은 있으나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해우재에서의 첫 숙박자는 아주 중요하다. 돈을 받고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위해 화장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건축 평수는 120평인데 숙박료가 아닌 ‘기부금’이며 그 돈은 전세계 화장실 개선을 하는데 쓰여지는 일종의 ‘펀드’다.

-심 위원장은 민선 수원시장 1,2기 재직 때 수많은 일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여담으로 소개해달라.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잔잔하게 지난 얘기를 실타래 풀듯 털어놨다) 난 정치인 적성이 아니다. 단체장, 행정가 스타일이다. 이 화장실 운동도 수원시장 때 시작됐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나는 고집스럽게 일만하다가 말도 안되는 죄목이 씌워져서 옥살이를 했다. 물론 ‘무죄’로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지금도 나를 옭아맨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난 그때 감옥에서 축구공 모양의 화장실을 착안했다.

결과적으로 민선 3선에서 떨어지면서 이 운동에 본격 매달리게 됐다. 전화위복이다. 그래서 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민선 1,2기 때 최선을 다했다. ‘화성’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달랑 직원 1명을 데리고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갔다왔다. 문화관광부도, 파리대사관도 ‘절대 안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난 해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수원’ 유치 때도 그랬다. 삼성이 월드컵경기장을 짓다가 중도에 포기했고 정부도 ‘7개 광역시’ 유치를 잠정 확정했었다.

난 수원의 미래를 볼 때 반드시 ‘수원’에 유치해야하는 절대절명의 과제였다. 수원이 국내 최고의 ‘구도’(球都)인데 정치논리로 유치가 안된다는 것은 FIFA 정신에 위배된다고 조직위와 싸웠다. FIFA를 찾아가려하자 정부가 뒤로 물러섰다. 그 월드컵 수원 ‘유치’가 자연스레 화장실 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막힌 ‘인연의 끈’이자 ‘운명의 고리’다.

-올해 나이 68세인데 노익장이 대단하다. 그 왕성한 추진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좌우명은 무엇인가.

▲총회까지 고작 13일 남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대견하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연결돼 오늘에 이르렀다. 나의 좌우명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돼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모든 것은 밝아야하고 정직해야 한다. 부정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 확고한 내 생각이다. 난 여생을 세계를 위해서 일 할 것이다. 인류를 위해 고민을 할 것이다. 집 문패도 ‘MR. 토일렛’로 달려 있다. 세계와 인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분이라고 생각한다. /대담 정리=김동섭 정치부장 /사진=조병석 기자

 

 

심재덕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장은>>>
 

 

   
 
  ▲ 심재덕 조직위원장  
 
심재덕 위원장은 대통합민주신당(수원 장안)소속 국회의원이다. 민선 1,2기 수원시장을 지냈고 지난 2004년 4월 여권으로 출마, 당당히 초선 의원의 뱃지를 달았다. 국회 입성의 이유는 단 하나, ‘화장실 혁명을 이룩하기 위해서’ 였다. 이 발상을 조직적으로, 범 인류적인 세계 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선 중앙 무대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2년 단체장 3번째 도전에서 고배를 들면서 이 운동에 여생을 바치기로 굳게 다짐했다. 해외 각국을 돌며 지구촌 ‘화장실 문화’를 몸소 체험한 선진지 견학이 그의 화장실 이념과 철학에 밑거름이 됐다. 5년의 ‘외로운 싸움’이 지난 지금, 그 과실이 열리고 있으며, 이젠 ‘인권과 위생’이란 측면에서 바라보게 됐다. 그는 지난 9일 ‘한국, 세계 화장실 혁명을 이끌다’는 주제로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을 펼쳤다.

 

‘화장실’이란 단일 사안으로 대정부 질의는 전 세계 의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 주도로 만들어진 민간국제기구는 ‘WTA(세계화장실협회)’가 처음이며 국가 위상은 물론 본부가 위치한 한국의 도시는 세계적 명성을 얻을 것”이라면서 “그 경제적 효과 역시 향후 10년간 약 104조원에 이르고, 개발도상국가의 화장실 개선 사업을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블루 오션’이 될 것”이라고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심 위원장은 11일  ‘해우재’(解憂齋·근심을 푸는 집) 준공식을 치렀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의 행사장은 초청 귀빈보다 내외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상징물’은 심 위원장이 사재를 털어 두껑이 없는 ‘변기’ 하얀색 양변기 모양으로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집안에는 고급 화장실 4개가 있다. 하루 숙박료 ‘5만 달러’인데 이 돈은 개발도상국의 화장실을 지원하는 ‘뿌리 기금’으로 쓰여진다.

 

심 위원장은 “이건 내 운명이고 팔자인 것 같다‘면서 ”세계와 인류를 위해서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 화성(華城)’을 지난 97년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시켰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막판 ‘수원’을 유치 도시로 확정시켜 놀라게했다.

 

수원 장안구(지금은 팔달구) 장안동에서 태어난 수원 토박이로 신풍초교 북중 수원농고 서울대 농대를 나왔다. 교사, 공직(도청 근무), 문화원장, 사업(동서철강), 단체장(민선1,2기 수원시장)을 거쳐 현재 국회의원에 오르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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