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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풍경 머무는 그곳 소박한 삶의 향기 물씬

수원미술관 속으로…

 

1. 공원을 거닐다

여기, 만석공원에서 햇살을 쥔 손을 스르르 놓으면 단감빛 노을이 내려앉는다.

저녁 풍경은 저토록 몸이 달아 뒤척이는데 사람들은 모두 그 어귀에 걸터앉아 휘어지는 겨울바람, 팽팽하게 자신을 당기는 시간 속에서 잘 익은 추억을 떠올린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 이들이 있다. 화살표를 따라…. 그들은 왜 걸을까? 좀 이상스럽다. 모든 사람이 한방향으로 걸어가다니?

 

언젠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의 우듬지에 빽빽하게 새잎이 돋아날 것이고, 계절은 공원의 사람들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수줍게 겨울옷을 벗을 것이다. 저기, 공원을 한 바퀴 돌아나가면 풀 섶 사이로 난 길 옆에 수원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으로 산책을 나서는 사람들의 걸음은 안단테, 조금은 느리게…. 일왕저수지, 영의정, 영화정, 작은 섬이 모서리의 끝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서먹하게 스친다. 지친 몸이 되살아나기 전에 꼭 한 장 그려야 할 순간, 그 풍경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작품들이 걸려있는 곳. 세상의 모든 풍경들이 소박한 작품으로 남는 수원미술전시관, 그곳을 그린다.

2. 구름도 머물다 가는 자리

멋스럽게 생긴 3개의 다리. 몇몇 정자를 거쳐서 어느 다리를 건널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름있는 두개의 다리와 이름없는 하나의 구름다리.

지방2급 하천이란 영화천을 구름을 머금 듯 건널 수 있는 맘이 생겼다.

겨울지나 싱그럽게 만개한 봄, 버드나무 몽우리는 아직 생기지 않았다.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있는 그 나무들은 사람들을 왜 여기까지 불렀는지 사람들은 따로따로 한방향으로 걷던데… 또 궁금하다. 그들은 왜 걸을까?

지난 99년 12월, 시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아늑한 미술관이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활짝 문을 열었다.

개관한 지 만8살이 되는 미술관은 모두 3개의 전시실과, 시청각실, 화방 등을 갖추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미술관 세 개의 전시실에는 ‘제5회 현대회화의 방향’전이 열리고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담아 놓은 화폭, 숨을 크게 쉴 수 없을 만큼의 열기가 폐부를 스치고 지나간다.

전시회를 찾는 이들의 얼굴마다 꽃, 바람, 사람, 사유의 흔적이 묻어있다. 그 만큼 혼신을 다해 그려 넣은 작품 하나 하나가 다양한 삶의 면면을 생각하게 한다. 이렇듯 미술관은 회화, 조각, 판화, 사진, 공예, 서예 등 모든 분야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될 수 있도록 대관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미술의 흐름을 잘 흡수해 다른 지역의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연 2회 기획전을 열어 수원미술계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문화전략을 세우는 데 온 힘을 기울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아카데미, 문화학교 실기강좌, 무료 교양 이론 강좌, 금요 누드수업, 직무연수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일반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각자의 작업세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는 데 힘쓰고 있다.

3.사람들

따뜻하고 넉넉한 정이 비단 미술관의 정취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수원미술관은 조진식 관장을 비롯, 사무국 경정혜 국장 등 소담하리만큼 적은 인원이 미술 같은 삶을 얘기해 주며 시민들의 즐거운 말벗이 된다. 미술관 전반적인 사안들을 관리·책임지고 있는 김봉학 부장, 미술관과 작품을 더욱 조화롭게 하는 김병언, 최다미 큐레이터를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은 미술협회 및 협력단체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해 그들의 예술혼에 힘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지역 내 신진작가들을 발굴·양성해 좋은 작가로 커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돼 주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이 멈출 듯한 공원의 하늘, 그 하늘의 구름도 잠시 머물다 갈 자리를 흥쾌히 내어 주는 수원미술관.

그곳은 소박한 듯 넉넉한 장소로 지역 관람객에게 미술을 통한 휴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원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그곳에 가면 참 좋은 사람, 조진식 관장이 있다. 그의 수수한 이미지보다 훨씬 더 강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도 삶과 풍경을 그리는 화가이기 때문일까? 작년 관장으로 선출된 후 올해 2년 째 임기를 맞는 조 관장은 “수원미술전시관은 시각예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으로는 수원에서 유일한 공공기관으로 다양한 단체들에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기획전 등 지역 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며 일년의 성과를 되돌아봤다.

또 “현재 90% 이상 대관전시를 하고 있지만 예산이 더 보태진다면 좋은 전시를 많이 기획해 시민들에게 양질의 전시를 더욱 많이 공급해 함께하는 전시관을 만들어 가고 싶다”며 “우선 올해는 노후된 시설·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밝고 아늑한 미술관을 조성하고자 한다”는 말에서는 그 열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은은한 열정은 작년 미술관은 터키 이스탄불문화원을 초청해 ‘한·터 수교 5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여는 등 국제교류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곳에 가려면 11.

하늘이 맑은 날 만석공원. 만석공원 테니스장 옆에 조용히 차를 세웠다. 저수지 작은 방죽을 따라 거닐다보면 구름의 결을 따라 간 붓의 터치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만큼은 걸어도 될만큼 즐겁다. 잘 주조된 조형물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추상화의 얼굴을 한 사람, 꼭 찍어낸 판화같은 인생의 군상들이 모이는 곳.

◇그곳에 가려면 22.

버스에서 내렸다. 안양으로 향하는 65번 노선버스. 수원미술관 정류장. 그곳 앞에는 항아리와 볏집으로 엮어낸 조그만 오두막과 뭍어둔 항아리가 내가 미술관 옆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미술관 정류장 옆에는 나를 맞는 소담한 장독대가 있었다. 이길은 노송길로 불린다. 수원의 상징 노송과 어우러진 항아리는 그리 이쁠 수가 없었는데….

●개관 시간: 동절기 오전10시~오후6시, 하절기 오전10시~오후6시(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www.suwonartgallery.com /문의)031-228-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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