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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미술전시관서 11일까지 정승국 ‘채움展’

시골 내음·정취 담긴 사람들 표정 돌·흙에 담아

‘얼마나 비웠을까? 채 다 비우기도 전에 배가고픈 듯 채우고 싶다. 불과 오늘 오전의 일이다’

화가 정승국의 1월 27일 일기….

농부화가로 알려진 그가 11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채움’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작가의 지난 전시회 작품과 새로 작업한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그는 “지난 전시회의 그림들이 애처로워 보여서 한 장 한 장 옷 입히 듯 액자에 끼워봤다”며 “시집 갔다가 소박맞고 돌아온 딸들 같은 이 그림들로부터 어미의 빈 마음을 느낀다”고 여는 말을 전했다.

정승국은 아크릴과 흙을 재료로 여인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몸을 그리거나 누군가의 실루엣을 크로키로 빠르게 훑어내는가 하면, 사람의 얼굴을 돌에 그리기도 하는 화가다.

또 그는 봄이 되면 비지땀을 흘리며 파종을 해야만 하는 농부이기도 하다.

제부도 가는 길, 화성시 서신면 사곳리, 논과 밭이 펼쳐진 그의 동네….

그 기운이 고스란히 사람의 몸과 얼굴로 화폭에 담긴다.

수더분한 외모, 구수한 말투를 가진 그는 작품에 재료가 되는 흙까지도 못자리 황토를 쓴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며 좋은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있을 그의 작품에는 풍경이 없다.

그저 화폭에 사람들의 얼굴마다 시골 내음이 담기고 정취가 그려있을 뿐이다.

거추장스러운 제목도 없다.

그는 왜 굳이 제목을 달지 않았냐는 질문에 칸칸이 사람의 얼굴을 채운 작품 앞에 서서 말했다.

“어느 관람객이 이 그림을 보고 ‘버스에 사람들이 앉아있네’하고 말하더라”며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사유를 통해 관람객과 작가가 만나는데 그것을 제목으로 가로막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곡식들이 비와 바람을 맞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것처럼 관객들의 마음에도 자연스러운 감상이 자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그는 흙에 곡식을 심고 화폭에 그림을 심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심어주는 천상 ‘농부화가’인 것이다.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있다. 정승국 작가가 파종을 하느라 더 바빠지기 전, 그의 그림밭으로 놀러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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