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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 경기도문화의전당 박인건 사장

재미없는 공연은 관객이 눈 돌려
“예술 경영의 시작은 대중 눈높이 맞추기”

기상청의 오보 논란을 빚었던 4일 오후 창 너머로 소록소록 흰 눈이 내렸다.

눈 쌓인 아스팔트 위엔 동면에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깨어난다던 개구리들이 후두둑, 튀어나왔다가 다시 땅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폭설로 잠시 봄을 잊게 하던 그날 오후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박인건 사장을 만나 차 한잔을 마셨다. 인터뷰중 던진 “예술경영을 예로 들면, 보건소에서 1만원짜리 백신을 사다가 2~3천원에 팔아주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그것처럼 주고 받아야지, 기업경영의 마인드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그의 생각은 오롯했다.

박 사장의 생각, 생각 사이에는 경기도 예술환경의 발전과 나아가야할 길이 가득했다. 그를 만나는 봄날 오후는 짧았지만, 긴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조금 우락부락한 사람일까. 아니다. 박 사장은 따뜻하고 열정적이었으며, 또한 즐거운 시간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박 사장을 만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달변이라 할만큼 유창한 말솜씨에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그 행간에 묻어나오는 열정을 안다면, 하늘이 그에게 그런 재주를 준 것에 대해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

 

◇박 사장, 고민은 넓게, 말은 쓰게 한다

그는 수원을 찾을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전한다.

박 사장은 “도문화의전당에 와보니 인근에 북수원을 비롯해 동수원 등 수원시내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정표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며 “가장 먼저 한 일이 시내 곳곳에 이정표를 설치했던 것”이라고 첫운을 띄웠다.

그는 ‘예술경영’을 표방한다. 예술경영이란 무엇일까? 박 사장이 밝히는 사례는 간단했다.

박 사장은 “영화티켓은 노멀하며 공연은 티켓가격이 비싸다”고 함축적으로 말한다.

이에 “공연 자체의 재미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그는 풀어내기도 한다.

그가 연초 인터뷰에서 밝힌 ‘예술경영’의 본질이 이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 문턱을 낮춰 많은 도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야 그만큼 문화서비스가 향상된다는 의미다. 그의 배려는 공연자체가 도민들의 몸에 와닿는 실질적인 공연 서비스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펼치는 저력은 경기도 문화CEO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가 펼치는 마케팅은 간단하다.

“공연장 문턱을 낮춘다는 것은 공연티켓가격, 공연의 재미, 공연에 대한 홍보 등 3가지가 종합적으로 맞춰졌을 때 진정한 마케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극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관객도 증가되면 객석점유율이 높아진 것이다. 객석점유율 안에서 유료관객과 초대(무료)관객이 공존한다. 하지만 초대관객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예술경영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그리는 도문화의전당 ‘사람과 사랑이 넘친다’

도에서는 현재 운영중인 극장중 객석수가 300석 이상되는 곳은 모두 18개.

이중 관장이나 사장이 있는 곳은 성남아트센터, 고양문화재단(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의정부예술의전당,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등 5곳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사실.

이에 대해 그는 “보이지 않는 경쟁, 자기 극장만의 색깔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가운데 주로 무엇을 갖느냐가 선행돼야 한다”는 박 사장은 도문화의전당의 정체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도문화의전당의 경쟁력이 도립극단을 비롯해 도립오케스트라, 도립국악단, 도립무용단 등으로 4개의 예술단체를 가진 것이었다.

전략이 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망설임 겨를도 없이 바로 토해냈다.

“전략이란 우선 다른 극장에선 없는 4개의 전문화된 예술단을 가지고 있고, 도내 순회연주를 많이 한다”며 “도문화의전당의 모세혈관이나 멘토 프로그램이 그것”이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여기에 타 극장과 다른 정체성은 도내 문화인프라를 이용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일례로 올해 열리는 도립오케스트라의 임진각 공연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었다.

◇도 문화 업그레이드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박 사장은 올초 본지의 칼럼을 통해 ‘전용극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전용극장’이란 말에 그의 눈이 유리알 처럼 반짝거리는 것을 느꼈다.

왜일까? 이내 답은 들려왔다.

박 사장은 “현재 도문화의전당이 운영하고 있는 극장은 다목적 극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다목적은 좋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도저도 아니다”라는 총평을 바로 내놓았다.

그의 전용극장 필요론은 간단하다.

“클래식공연장을 위해선 무대막이 없어야하고, 연극무대에선 음향판이 없어야 한다. 전용극장은 하나의 장르가 1~2년 동안 붙박이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하며 “실례로 지난해 도문화의전당은 인천, 서울과 함께 어린이 뮤지컬 ‘토마스와 친구들’ 공연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다. 이중 도문화의전당만이 매진된 사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전용극장을 세우려면 누구를 상대로 하는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가 등 운영방안이 계획돼야 하는 한편,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문화의전당의 경우 아이러니한 문제가 하나 걸린다. 바로 도문화의전당 부지는 수원시의 것으로 보지만, 시설은 도 기관이라는 점이다. 박 사장은 어린이전용극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도문화의전당의 야외공연장을 어린이전용극장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은 밝힌 바 있다.

“어린이전용극장 건립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땅은 수원에, 시설은 경기도이기에 법적인 부분에서 아이러니하게 문제점이 발생한다. 먼저 이를 풀어야할 듯하다. 우선 가건물 내지 텐트로 설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으로 꼭 공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로 ‘토마스랜드’를 구상중이다.”

◇어색한 구상…사람의 맘을 움직여야 이벤트

문화 CEO가 도내 처녀총각을 위한 중매에 나선다.

도에서는 오는 3월과 4월 사이에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진다. 바로 도문화의전당이 마련하는 커플맺기 이벤트 뮤지컬 ‘그리스’가 그것이다.

어떻게 하다가 박 사장이 도내 처녀총각을 위해 직접 나서게 됐을까. 박 사장은 목소리 톤을 조금 높였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위한 커플맺기 프로그램은 1~200만원의 가격에 미팅이 3~4차례 밖에 이뤄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운을 띄웠다.

“그런데 수원시내 단체장들의 모임인 수성회 30곳에서 농협과 한국전력 등 회사의 총각과 처녀들을 연결해준적이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단순하게 1회로 끝나 아쉬운 점이 있어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젊은 남녀의 추세가 결혼을 안하려고 하고, 중매를 통한 미팅도 원치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자연스런 만남을 추구하는 젊은 남녀의 기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이 자연스럽게 공연을 보고, 만남을 갖는 일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뮤지컬 ‘그리스’ 더하기 커플 맺기 이벤트였다.

“사람은 자신만의 멋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며 “무한히 상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박 사장.

이렇듯, 인생에 있어 여유를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옷장에 넣어둔 좋은 옷의 먼지를 털어 입고 공연장에 오는 일은 어떨까. 그러면 인생의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는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유난히 귓전을 맴돌았다. /김진경기자 jkk@ /사진 = 노경신기자 mono316@

 

경기도문화의전당 박인건 사장 프로필

▲학  력
1976년 서울 수도사대 부속고등학교 졸업
1983년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졸업
 (바이올린 전공) / 음악학사
1986년 경희대학교 음악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학 전공)

 

▲주요경력
1987~2004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근무
2004~2006년 충무아트홀 사장
2006~현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 이사
  경기지방경찰청 협력위원

 

▲출강경력
1986~1987년 군산대학교 음악대학 강사 역임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역임
  국립극장, 협성대학, 성신여대, 
  한양대, 한세대, 상명대, 추계예
  술대학원 강의

 

▲상훈
1996년 올해의 음악가상 표창 (음악비평가그룹)
1994, 2002년 대통령상 표창 (한민족체전문
  화행사, 월드컵문화행사)
2000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표창
1989, 2000년 서울시장상 표창 (한강빛밝히
  기, 드럼페스티벌 등)
2007년 5월 제1회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화성에서 꿈꾸다)

 

▲주요업적 및 실적
예술의전당 개관음악회, 교향악 축제, 신년음악회 등 주요 공연기획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모리스베자르 발레단,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 등 주요 해외공연기획
세계드럼페스티벌, 서울시민축제, 월드컵문화행사 등 주요 행사 기획

 

▲기타 활동사항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 서울국제음악제 집행위원, 서울시월드컵 문화행사 기획위원
서울시민의날 행사 자문위원, 한국문예진흥컨텐츠심사위원
한일조선통신사문화교류축제추진위원,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건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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