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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저편, 추억이 되다

양평 바탕골미술관 내달 10일부터 ‘어제의 뜰’展

 

양평 바탕골미술관은 내달 10일부터 5월30일까지 ‘어제의 뜰’전을 마련했다.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는 김경원, 나희균, 안상철, 하타 유카타, 후쿠오카 후쿠시 등 2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회화, 사진, 설치미술 등 50여점이 출품됐으며 다양한 장르들이 눈길을 끈다.

작가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은 경쾌하거나 진지하다.

봄비가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했던 그 뜰은 햇살이 가득 비치면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을 내밀곤 한다.

‘유년의 뜰’, ‘순수의 뜰’, ‘소나무의 뜰’, ‘마음의 뜰’.

‘뜰’은 집 앞뒤로 난 빈 터, 화초나 나무를 가꾸기도 하고 푸성귀 따위를 심기도하는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그 모습은 변화무쌍해서 시간, 감정, 사물 등을 품어내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어제는 오늘로, 오늘은 또 내일로 흐를 것 같지만 고여 있던 그 시점은 어디론가 제멋대로 흘러버린다.

하지만 ‘어제’가 머물렀던 그 자리는 소박하고 따뜻하다.

‘나무’(박훈석 작)는 식물의 이미지와 그것을 구성하는 재료, 상관되는 오브제(objet)를 꼴라쥬(collage)해 새로운 이미지를 표출했다.

인위적이고 물질적인 요소에 예술적 감수성을 잘 담아낸 수작.

이 작품은 본래의 이미지와 다르게 형상화된 이미지가 상호보완적이며 시간적 동질성을 획득해낸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어떤 대상과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에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등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꽃의 이미지, 흔적이 되는 물감의 역할, 의도된 꼴라쥬 등을 세세히 감상한다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독창적인 작품세계에 도전 중인 3인의 외국작가가 동참했다는 것.

그 중 하타 유카타는 그의 살아온 배경만큼이나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전에서 입상하는 등 화려한 삶을 살아왔던 하타 작가.

1979년, 그는 은사와 절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망막색소변색증에 걸려 실명하는 불운을 맞는다.

그런 그의 작품 ‘무제’는 화지의 결을 통해 정적인 삶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나는 ‘움직임’을 강하게 전한다.

종이의 질감이 만들어낸 역동성은 그의 열정인지, 기억의 한 부분인지는 몰라도 그의 손길이 닿은 곳마다 정적 속에서 어떤 외침이 퍼져나오는 듯하다.

올해로 일흔 아홉살.

하타는 새로운 화지를 기본으로 소재를 개발, 독자적인 작품 노선을 걷는다.

눈 앞 세상은 캄캄하지만 그는 광활한 대지보다 넓고 거대한 뜰을 가지고 있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아름다운 추억 속 그림, 그림 속 추억을 펼쳐놓는 자리.

‘어제’는 시간이 머물렀던 자리다.

고인듯 하지만 어디론가 제멋대로 흘러버린 시점, 사람들은 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길 바란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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