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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인의 동반자 였을뿐 남편의 詩까지 사랑했다

천상병 시인 미망인 목순옥 여사

 

해마다 사월이 되면 많은 이들의 입에서 불리는 시가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는 고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

올해도 시인의 기일(4월28일)에 맞춰 오는 26일부터 5월5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제5회 천상병예술제’가 열린다.

21일 경기문화재단에서 만난 고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 목순옥 여사는 “찻집 ‘귀천’의 손님들은 해마다 시인의 기일을 기억하고 찾아온다”며 “많은 사람들이 (시인에게) 애정을 많이 갖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고 말했다.

목 여사는 “어제는 10년만에 찻집 ‘귀천’을 찾아온 손님이 들어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며 “살아가면서 마음이 아파할 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귀천’이란 시를 읽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대가 각박할 때마다 천상병의 시를 더 읽는다는 말이었다.

목 여사가 그리워하는 천상병 시인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본인은 늘 괴롭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한번도 괴롭다거나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막걸리 한 잔과 담배 한 갑이면 만족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목 여사가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이었다.

시인의 아내로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목 여사는 “나는 시인의 동반자였뿐, 그가 좋은 시를 쓰면 만족하고 살았다”며 “남편으로서는 빵점이었지만, 남편만으로 생각했다면 못살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시인에 대한 기억을 더듬던 미망인의 얼굴은 ‘귀천’이란 시처럼 평온해 보였다.

목 여사는 “‘귀천’이란 시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시를 읽었을 때,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위안이 되는 일 같다”며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는 마지막 시구에서 느껴지는 평온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젠가 예술의전당의 브람스 연주회에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무대의 불이 꺼지는 순간에 ‘좋지? 좋지?’하는 시인의 음성이 들려 눈물이 났었다”며 “연주회 등 좋은 곳에 갈 때마다 고인이 생각나 미안하고, 아쉽기도 하다”는 목 여사.

시인과 함께 생전에 여행을 한번도 못 가봤다는 미망인은 좋은 곳에 가면 시인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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