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인들의 열정 이면에는 시니컬한 본능이 내재해 있지 않을는지. 침묵하는 듯, 눈에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영혼에 말을 건넨다.

아르헨티나에서 반가운 손님이 날아왔다.

작품 10여점. 사람의 형상 속에 숨겨진 작가의 본능은 어떤 것일까?

이를 확인하려 한다면 파주 한향림갤러리에서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리는 ‘몸을 가진 눈(A Life with Clay)’전을 관람하면 좋을 듯 하다.

이 자리에서는 현대도예가 빌마 빌라베르데(Vilma Villaverd)의 80년대 중반부터 최근작까지 1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빌마(66)는 아르헨티나 조각과 도예의 대가로 현지 조각협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스페인 등지에서 10여회의 개인전과 6회의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2003년 아르헨티나 Fine Art Competition에서 Grand Acquisition Prize를 시작으로 2005년 한국과 중국의 쯔보시에서 열린 제8회 막사발장작가마축제(Macsabal Woodfire)에서 First Level을 차지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2004년 IAC(International Academy of Ceramics) 회원으로 국내 방문했던 것을 인연으로 다시 내한 전시를 가지게 됐다.

빌마는 위생도기와 조형도자의 결합을 통해 자유로운 표현의지를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다.

사람크기와 비슷한 작품들은 대부분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가 하면 어딘가에 몸을 기대고 서 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동양의 정서에 그의 작품은 왠지 살갑다.

그 곁에서 말을 걸면 금방이라도 대답할 것만 같은 섬세함, 도기의 부드러운 질감이 마음을 이끈다.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다양한 인물군상을 작가 자신과 주변 인물에 투영시킨 결과물이자 아르헨티나 현대도예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한향림갤러리 김정현 큐레이터는 “작가가 작품 속에 내제시킨 ‘눈’이 관람객의 ‘몸’을 안내해 작품과 소통 할 수 있는 창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31-948-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