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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 묻힌 땅, 生의 순환…

사진작가 여락 ‘Requiem for Life’ 展
내일부터 파주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

‘사진작가 여락이 들려주는 진혼곡’

파주 북하우스 아트 스페이스는 30일부터 10월 5일까지 사진작가 여락(如樂)의 제4회 개인전 ‘Requiem for Life’를 연다.

이번 전시회는 차에 치어 죽은 동물의 사체를 수습해 화장(火葬), 풍장(風葬), 토장(土葬)하고 그 일련의 과정들을 담은 사진 20여 점을 선보인다.

2001년부터 수명이 다한 전구와 흙, 물을 이용하거나 가로등 속 죽은 벌레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보여줬던 여락은 2004년 이후 로드킬(Road Kill)당한 동물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로드킬 당한 동물들은 대부분 몸이 빳빳하게 굳어 있거나 갈기갈기 찢겨 내장이 모두 드러나 있다.

작가는 그들을 장사지낼 곳으로 데려와 그 모습을 가감 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또 화장 후 미처 산화되지 못한 뼈를 정렬해 처음의 사진과 함께 배치하거나, 풍장으로 서서히 소멸해 가는 몸에서 태어난 생명(예를 들면 구더기)으로 새 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동물의 주검이 묻힌 땅 위에 자라는 풀과 나무, 시간의 흐름이 부여하는 생의 순환을 남기기도 한다.

단순히 죽은 동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고민과 물음, 장례 이후 결과물을 또 다른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 시간의 흐름, 생의 순환은 새로운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더불어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과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천이나 종이에 먹으로 애도의 글을 썼지만 최근 작업은 캔버스나 판자에 색색의 물감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격한 감정으로 애도의 눈물을 흘리며 작업했던 그가 5년의 기간 동안 매번 다른 죽음을 대면하면서 의식의 변화를 겪게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제는 죽음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더 담담하게 죽음을 바라보게 된 것.

이번 전시는 죽은 것들의 혼을 달래는 노래가 아닌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다.

생의 순환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죽음과 삶에 대한 조그만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31-949-9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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