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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의 도피처

썬캡 이용해 소통부재 표현… 김지원 사진전

 

얼굴은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다양하다. 인상을 쓰거나 웃을 때도 다양한 표정으로 변한다.

하지만 얼굴이 사라진 사람을 표현해 얼굴을 지우거나 은폐할 수도 있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룩스는 8일부터 14일까지 작가 김지원은 ‘인물 사진의 토르소: 얼굴 지우기 혹은 드러내기’ 전을 연다.

김 작가의 사진들은 인물들에게는 보는 이를 낯설게 만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대 조형 예술의 한 고유한 형식인 토르소를 사진 형식으로 차용해 얼굴 없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말하자면 인물 사진의 토르소 혹은 토르소 형식의 인물 사진이다.

특히 얼굴 없는 인물들은 모두 ‘썬 캡’이 있다.

‘썬 캡’은 이 시대 일상 문화 안에 내포되어 있는 외적 내적 내용들을 독해할 수 있게 만드는 코드의 역할을 한다

얼굴 없는 인물들을 통해서 그들이 썬 캡을 착용하고자 하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들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대 개인들의 의식 안에 내면화되어 있는 보다 심층적인 문화 현상들이다.

즉 타자들의 낯설고 관음적인 시선들에게 자신을 노현 시키지 않으려는 익명성에의 의도와 얼굴의 마주침이라는 도시 생활이 제공하는 보편적인 소통의 거부해 자기만의 존재 영역을 고수하는 폐쇄적 자기 방어주의의 생활 태도다.

더불어 ‘얼굴’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오히려 썬 캡의 보다 중요한 역할은 그것이 얼굴을 차폐시킴으로써 어두운 차광막 뒤에 존재하는 얼굴 없는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응시하게 만드는 역설적 시선의 장치다.

얼굴의 지움을 통해 드러나는 또 하나의 얼굴이 다만 사진 속 인물들의 얼굴만은 아니다.

그 얼굴은 사진을 응시하면서 익명의 얼굴을 찾고자 하는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얼굴을 찾으면서 토르소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이유는 토르소의 얼굴이 다름 아닌 자신의 얼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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