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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인과 치킨게임 이론

 

치킨게임 이론이라는 게 있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한 것으로, 두 명의 운전자가 서로를 마주보고 달리다가 핸들을 먼저 돌리는 사람이 지게 되는 게임이다.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이 ‘겁쟁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치킨게임 이론은 어느 측도 양보를 하지 않고 극단적인 대결을 벌임으로 인해 모두 자멸하게 되는 원리를 잘 설명해준다.

미국과 소련이 극단적인 군비경쟁을 벌였던 것도 치킨게임 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에서 치킨게임 이론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만 되면 정치권은 ‘전쟁’을 치르기 때문이다.

본회의장 점거, 날치기 통과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런 행동들이 바로 치킨게임이다. 선거철이 되면 치킨게임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흑색선전, 선거법 위반 등 이런 것들도 모두 치킨게임에 해당된다.

정치인들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저지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승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패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는 1등에게만 정치활동 영역을 보장해 주는 승자독식 구조다. 2등은 의미가 없다. 유권자에게는 의미 있는 2등일지 몰라도, 2등은 그냥 사라질 뿐이다.

그래서 정쟁은 더욱 치열해지게끔 돼 있다. 정쟁은 정치인들에게 생존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4.29재보선에 이어 또 하나의 치킨게임을 치르고 있다. 이번엔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적과 치킨게임을 치르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출 결과는 차기 대권주자를 가늠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측면 때문에 어느 누구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화 황산벌에서 김유신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언뜻 생각난다. 이 말을 진리라고 받아들이려니 너무나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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