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그가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같은 때 태어나 뮤지컬을 한다는 게 행운이라고.
“한국인뿐만 아니라 ‘빨래’의 몽골인 역, ‘지킬 앤 하이드’의 영국인 역도 할 수 있었죠. 브로드웨이라면 피부색에 따라 역할에 한계가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에 지금 뮤지컬이 활발히 공연된다는 것도 운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뮤지컬배우 홍광호(28)의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뮤지컬의 전설로 통하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두 남자 주인공 팬텀과 라울을 한 시즌에 모두 연기하게 됐다. 게다가 역대 최연소 팬텀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이다. 평범한 가창력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폭발적인 고음을 요구하는 무대여서 더 그렇다.
지난해 9월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에서 귀족 청년 라울을 연기해온 그는 내달 13일부터 윤영석, 양준모와 더불어 팬텀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영광스럽고 설레지만 한 작품에서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흔치 않아 조심스럽고 부담도 된다”며 “(팬텀 역의)형들이 완벽 그 이상으로 잘하고 있어서 빨리 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 당시 스무 살의 나이에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쓴맛을 봤던 그는 8년 만에 라울에 이어 팬텀으로 발탁되는 주역 중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40대가 돼서 팬텀을 맡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던 그로서는 꿈을 10여 년이나 앞당긴 셈이 됐다.
“2001년에는 라울이 어떤 역인지도 모르고 오디션을 봤죠. 이듬해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후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보고 언젠가 팬텀을 하리라 마음먹었어요. 운 좋게 기회가 빨리 찾아왔는데 아직 설익고 모자랄 수도 있지만 정말 감사하죠. 지금과 10년 후에 할 수 있는 팬텀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지금도, 10년 후의 팬텀도 기대됩니다.”
그는 “라울과 팬텀은 극과 극의 역할이라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내가 너무 평범해서 내 색깔이 없지 않나 싶었는데 그런 것이 장점이 돼서 두 가지 캐릭터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라울은 밝은 대낮의 이미지라면 팬텀은 밤의 세상이에요. 라울은 모든 것을 가진 인물이지만 팬텀에게는 아무것도 없죠. 라울도 매력적이지만 콤플렉스와 상처를 가진 팬텀은 일상적이지 않고 양면적인 캐릭터여서 더 흥미로워요.”
최고의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뮤지컬배우가 된데다 꿈꾸던 팬텀 역까지 맡았지만, 여기가 그의 꿈의 종착지는 아니다.
그는 “물론 팬텀의 꿈도 있었지만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창작뮤지컬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는 것이 꿈”이라며 “배우로서는 한 사람에게라도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찾아와 주시는 관객에게 작은 감동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매일 밤잠 못 자고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