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핵을 구출하라!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1.5°C에서 4°C 사이로 유지될 경우, 전 세계 산악 빙하는 2100년까지 전체 질량의 41%를 잃게 된다. 빙하가 사라지면 현재 얼음으로 덮인 많은 발원지 하천이 사막화 되고 인류는 대참사를 면할 수 없게 된다.
산과 빙하는 수많은 수로의 발원지로 지구 수문 순환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뜻한 계절에 눈과 빙하가 주기적으로 녹아 생기는 담수는 하천과 강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거나 토양으로 스며들어 토양 수분과 지하수를 보충한다. 이는 지구인 약 20억 명의 담수로 활용된다. 이처럼 빙하는 우리 인류의 생명줄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빙핵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일명 빙핵저장고(Ice Memory) 프로젝트. 이는 현재 위협받고 있는 기후 데이터를 지정학적 또는 기술적 압력 없이 미래 세대가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2015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그르노블 알프스대학교, 프랑스 개발연구소(IRD),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CNR),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학교가 공동으로 출범시킨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 13개국 연구자, 대학, 정부,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모나코 알베르 2세 재단은 장기적인 활동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14일 프랑스-이탈리아의 공동 연구 기지인 남극의 콩코르디아에 빙핵저장고를 개장했다. 해발 3,200미터 고지에 자리한 이 기지에는 몽블랑과 그랑콩뱅 산에서 채취한 빙핵이 타임캡슐로 보관됐다. 안데스산맥과 코카서스산맥 등의 빙핵도 추가될 전망이다. 100미터 두께의 알프스 빙핵들이 콩코르디아로 가는 여정은 험난했다. 쇄빙선을 타고 유럽을 출발해 바다를 건너 남극에 도착한 후 특수 항공기를 타고 기지에 착륙한 것이다.
프랑스 폴 에밀 빅토르 극지 연구소와 이탈리아 남극 연구소가 공동 관리하는 이곳은 -50°C에서 -54°C 사이의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한다. 길이 35미터, 폭과 높이 5미터의 이 구조물은 지표면 아래 9미터 깊이의 눈 속에 굴착돼 있다. 콘크리트나 산업 자재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남극에 오염 유발 시설을 금지하는 마드리드 의정서를 준수한 것이다. 남극은 또한 법적 중립지역으로 1959년 조약에 의해 어떤 국가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산악 빙하는 지역에 따라 부피가 2%에서 39%까지 감소했다. 이로 인해 녹은 물이 땅속 깊숙이 스며들면서 오래된 빙층을 변질시키고 일부 빙핵은 고정밀 분석에 사용될 수 없을 정도로 과학적 가치가 떨어졌다.
빙핵저장고 재단 회장이자 베른대학의 기후학자인 토마스 슈토커는 “빙하의 소실은 수천 년 묵은 기후 기록의 소멸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일단 녹으면 이 얼음은 대기, 에어로졸, 온실가스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함께 영원히 복구할 수 없게 된다. 빙하코어에는 오염물질, 화산이나 사막먼지, 심지어 DNA의 흔적까지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수 세기 또는 수천 년에 걸친 특정 기간의 환경 조건을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빙핵 구출 작전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수년에 걸쳐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국경을 초월하며, 지정학적 긴장과도 무관하며, 전 세계의 과학적 이익만을 위해 오롯이 존재할 것이다. 오는 2045년까지 20개의 빙하에서 빙핵을 시추해야 한다.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재단은 공공자금, 후원단체, 과학적 파트너십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많은 이의 관심과 후원이 봇물처럼 이어질 수 있길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