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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전문경영인] ⑥ 연천 날개농장 이홍재 대표

전문 지식 전무 맨몸서 사업시작 ‘자수성가’
사육기술 원칙 고수로 조류독감 파고 이상무
지역 육계농가 연구회 결성 기술 제고 구슬땀
‘명품 육질 소문’ 매년 6천3백만원 소득 성과

‘황금알’ 잉태한 20년 정성

연천군 동막리 308-7 일대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2천 600여㎡ 규모의 육계 농장.

내부에는 어린 병아리와 다 큰 닭 6만여 마리가 우는 소리가 섞여 하나의 화음을 선사한다.

울음의 사연도 다양하다.

배가 고프거나 어미를 찾거나 식탁에 오르게 될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어미 닭의 울음이다. 이런 울음은 때때로 울림으로 다가온다. 살기 위해 생명을 끝까지 지키려는 절규이자, 처절한 외침이다.

간혹 심술궂은 수컷 닭이 날개를 파닥이며 울며 저항해 보지만 소용없다.

이 땅에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한 닭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모두 사람의 입으로나 생계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동막리에서 ‘날개 농장’을 20년 넘게 꾸려온 이홍재 대표는 닭의 이런 아픔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닭을 키우는 데 정성을 기울인다.

그는 “닭은 매우 민감해서 내 표정을 보고도 금세 자기가 어떻게 처리되고, 어디에 있게 될지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닭의 울음으로 닭의 건강과 심리 상태까지 파악 할 만큼 닭은 나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존재”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육계 농장 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 1988년 군복무를 마치고 난 후부터다.

당시 연천에는 마니커라고 하는 닭고기 판매 업체가 지역 육계 농장을 거래처로 뚫고 본격적인 영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마니커의 한 이사로 있던 지인의 추천으로 그는 지금의 동막리 308번지에서 육계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처음이 힘들었다. 3대 째 농사꾼으로 살아온 집안 내력 탓인지 이 대표에겐 아무런 사업 밑천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은행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처음 닭을 키우는데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었고, 투자 금도 없어서 포기 할까 하는 생각도 한 두 번이 아니였다”며 “시설비에만 당시 기준으로 수 천 만원의 대출을 내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며 당시 어려웠던 초창기의 기억을 더듬었다.

닭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

먼저 그의 사육기술을 보면 완전히 FM 스타일 그대로다.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니 닭을 키우면서 실수가 없었다.

육계 농장에서 닭의 생육 환경을 제대로 맞춰줄 필요가 있다. 일령별 과학적인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필수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병아리를 잘 기르기 위해 입수 후 10일 기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칫 폐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 대표는 입수 되기 24시간 전부터 미리 가온을 하여 온도와 습도를 적정 수준에 맞춘다.

특히 환경조절 시스템은 병아리가 생산하는 배출가스를 제거하고 계군에 적합한 최적의 공기를 공급해 가온할 수 있도록 설계 돼는 게 중요하다.

그는 “바로 이런 과정으로 계사 내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1단계 성공 지름길”이라며 “질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역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관리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의 육계 농장에는 조류 독감의 파고가 휩쓸고 지나지 않았다. 사실 육계 농가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외부 바이러스나 공기 중 오염원에 의한 폐사하는 경우다.

방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되도록 동일한 일령의 병아리를 받아 들여 키우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만약 일령이 다른 병아리가 입수해 사육에 차질을 빚을 경우 질병 발생 확률이 그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병아리가 1kg이 넘어 성장, 출하되면 계사 주변과 내부를 완벽하게 소독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10년 이상을 해오면서 이미 몸에 벨 정도로 습관화 됐다.

이처럼 이 대표는 원칙과 정도에 충실한 축산 인이다.

제시된 사육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그의 농장 운영 철학이다. 그래서 그는 편법이나 요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의 결과 때문인지 그는 이제 매년 6천 3백 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득은 다시 투자로 이어진다. 그는 한탕강 넘어 철원에도 3만 마리를 키울 수 있는 농장을 최근 지었다.

물론 이 대표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4살 아내인 69년생 아내 최은주씨와 함께 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그는 “아내와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 날의 날개 농장은 기를 펴지 못했을 것이다”며 “실무뿐만 아니라 이론과 연구 작업에도 몰두하기 위해 아내가 농장을 관리해 주지 않았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150명이 넘는 연천 지역 육계 농가를 대표한 연구회를 결성해 운영 중이다. 연구회에서 공유되는 사육 지식과 노하우를 통해 그의 기술은 날로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게 닭띠였다. 그가 기르는 농장의 닭과 절묘한 궁합이다. 연천경찰서 행정직원이었던 아내와의 만남은 한 시골길에서 경운기를 탄 이 대표가 아내를 우연찮게 길가에서 마주칠 때 이루어졌다.

아마 첫 만남 때부터 이미 이 대표는 닭과의 인연을 갖게 됐다고 봐야 할까.

그는 “아내의 첫 모습에 반했어요. 시골이 그저 좋고 농사일이 좋다는 아내의 말에 청혼을 했고 결혼을 하게 되었죠”라며 웃음을 보였다.

아내와 슬하에 1남 1녀를 둔 이 대표는 자녀들에게 갖는 기대가 크다. 아들은 이미 한국농수산대 중소가축 육계과에 입학해 대를 이어 농장을 경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딸 역시 아버지의 일을 이해하며 오래도록 가족과 머무르기를 원한다는 게 이 대표의 전언이다.

“닭을 제 자식처럼 소중하게 키우며 울고 웃다 보니 벌써 세월이 20년이나 흘렀습니다. 그 동안 닭이 제 삶의 전부가 되어 버렸을 만큼 닭이 사람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앞으로 널리 알리고 좋은 육질의 닭고기를 제공 하겠습니다”

숱한 사연과 어려움이 많은 날개 농장에서의 하루해도 한탄강 서쪽 지평선 너머로 진다. 이 대표의 미래는 다시 떠오를 동쪽의 태양만큼이나 닭과 함께 이루어져 가고 있다.

“엄격한 관리로 최고의 품질 자신”

   
▲ 연천 날개농장 이홍재 대표
-날개 농장에서 기르는 닭의 장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품질에 자신감이 있다. 닭은 조류중에서 가장 먼저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가축이다. 돼지나 쇠고기와 달리 쫄깃함과 단백함이 두드러져 찾는 이들이 많다. 그 만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맛은 인체에 유용한 성분이 다량 함유 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날개 농장의 닭은 정확하고 엄격한 관리로 인해 건강식, 피부 미용으로 좋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과 리놀레산이 다량 함유 돼 암 예방이나 동맥 경화, 심장병을 예방해 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또 닭고기의 단백질 성분은 두뇌 활동을 촉진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가늘고 긴 섬유질은 어린이와 노인, 환자 및 다이어트 하는 사람에게도 적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닭에 얽힌 사연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당시에는 모두 다 어려웠다. 그래서 집에서 어머니는 자식 굶기거나 돈이 없어 서러운 시련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닭을 기르셨다. 그 닭이 낳은 알(달걀)로 당시에는 화폐 역할을 했다. 일예로 당시 버스를 탈 때 요금을 달걀로 지불했다. 또 공책 한권을 사는데도 달걀 하나면 충분했다.

어머니께서 학업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아쉽게도 대학에 진학을 못했다. 그런 성장 과정을 거치니 닭이 얼마나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하게 됐다. 한편으로 닭을 상품화 시키고 거래와 먹거리의 대상으로 삼는 우리 모습에 반성을 하게 된다.

 

-날개 농장의 10년 후 모습을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나
▲지금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열심히 수학하고 있다. 육계 농장의 일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가족의 힘과 지지가 정말 필요하다.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듯 아들은 나의 분신이다. 농장에서 함께 더 나은 품질의 닭을 키우고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닭을 찾는 많은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닭을 함께 나누고 싶다. 지난 1996년부터 농업 경영인으로 활동해 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베풀고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지 않는가. 날개 농장 역시 지역 사회를 품고 나누는 큰 뜻을 품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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