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게 하나 없는 버섯 ‘자연의 선물’
여주IC에서 나와 여주 방향으로 3km를 지나면 42번 국도가 보인다.
지방 국도치곤 도로가 잘 닦여 드라이브엔 그만이다.
이후 부평리 방향으로 차를 몰아 4대강 공사가 한창인 여주보 건설 현장을 뒤로 해발 300m의 삿갓 봉을 오르다 내리면 오른편으로 이남주(52)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아래 버섯농장(체험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입구로 들어오니 버섯 모양을 한 화강함 조형물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 대표가 일행을 맞이한 곳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버섯 환경실습 교육장이다. 내부는 최첨단 컴퓨터 스무 대와 강단이 있는 강의실과 이 대표의 사무실로 꾸며졌다. 이곳은 경기도에선 처음으로 정부가 예산 1억7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말 완성됐다.
버섯 생산 현장만 돌아다닌 이 대표에게 번듯한 사무실과 강의실이 생긴 건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만큼 그의 어깨가 무겁다는 뜻이다.
그가 기자에게 건 낸 문건을 보면 이 강의실에서 앞으로 펼쳐질 버섯 교육 프로그램의 준비를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은 5월 28일부터 모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원균과 종균에서부터 버섯 자연 재배와 봉지 재배, 홍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버섯 교육 과목도 다양하다.
교육생들을 위해 자연아래 농장에서 숙식도 가능하다. 교육 후 이 대표의 아내가 준비한 버섯전골과 버섯 탕수육 등도 맛볼 수 있다.
이 대표는 “버섯은 최첨단 기계 생산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버섯을 산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며 “버섯 업계는 극소수의 생산자가 국내 수요는 물론 버섯수출산업을 빠른 속도로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버섯 산업의 기본은 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대표가 내건 모토는 '옛 버섯 그대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버섯'이다. 그는 이 정신에 충실하기 위해 교육장 곳곳에 체험과 실습 위주의 과정을 꾸려놓았다.
그가 건넨 명함도 특이했다.
한 명함에 앞 뒤로 두 가지 직함이 적혀 있었다. 하나는 버섯 체험장 대표다. 뒷장은 이남주 대표가 아닌 이남주 교수다.
교수라는 직함이 아직 스스로에게 생소한 듯 이 대표는 “버섯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교수라는 직함은 과분하다”며 “버섯을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분 누구에게나 이곳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버섯 예찬론은 무궁무진했다.
먼저 버섯은 먹거리뿐만 아니라 약과 관상용, 문화예술적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나무를 심을 때 성장을 돕는 거름 역할 뿐만 아니라 버섯 자체에 셀로로오즈와 리그닌 이라는 성분을 갖고 있어 건축 쓰레기까지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버섯이 다 자라고 남은 배지는 가축용 사료로도 활용되니 가히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이 대표는 귀농 후 버섯을 재배하려는 젊은 세대에게도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버섯은 무엇보다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저가로 할인매장이나 수출용으로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독특한 브랜드, 품목의 다양화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농장에서 자라는 버섯은 느타리와 표고, 노루궁뎅이, 상황, 영지버섯 등 다양하다. 어느 종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게 없겠지만 그가 강조하는 건 정성과 노력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들여도 버섯 농장에게 위기란 늘 찾아왔다. 무엇보다 시장의 본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느타리 버섯의 경우 보통 갓은 작고 대는 길게 재배해 납품하는 것이 관행이였다. 이 대표는 정반대였다. 갓은 크고 넓게 만들었고 대를 오히려 짧게 해 로하스 시대 고부가 가치를 이끄는 건강 식품으로 홍보를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거래처에서도 사겠다는 연락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 대표의 버섯의 진가를 알아보는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110만 조합원으로 구성된 생활소비자조합(생협연대)라는 조직이다. 그 동안 사채까지 빌려가며 운영해온 버섯 농장에 회생의 기운이 감돌았다.
이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건실한 업체에 다품종을 보급해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게 그의 경영 목표다. 현재는 수도권 지역 대형마트와 SSM 슈퍼에도 납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그의 버섯 농장에서 거둔 연간 매출액은 모두 8억 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 사랑하는 아내 신석균(50)씨가 늘 곁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인 아들 역시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농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에서 버섯 경영자 과정을 이수 중에 있다. 딸 역시 버섯 체험장에서 다양한 버섯 재배 일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 달 후면 이곳 체험 장은 버섯에 대해 공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이 대표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 모두가 만족해 버섯 전도사가 돼 주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문의: ☎(031)886-5083 이남주 자연아래 버섯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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