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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가축 제사 퍼포먼스 ‘종교색’ 논란

축산원 직원 50명 가축 희생 넋 기리는 축혼제 행사
“영혼없는 짐승 위해 낭비·전시행정” 종교계 지적

구제역 사태로 살처분 가축 두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 정부기관이 가축을 위한 제사 퍼포먼스를 벌인 것을 놓고 ‘전시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가축을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로 규정하고 있는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는 “본말을 망각한 부적절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도내 종교계와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라승원 원장을 비롯 축산원 소속 직원 50여명은 구제역으로 희생된 가축들의 넋을 기리고 58주년 개원 기념으로 수원 오목천동 청사 축혼비 앞에서 이색 행사를 가졌다.

당시 축혼비 앞에는 가축들이 좋아하는 배추와 무, 사료와 건초 등이 차려지고 또 홍동백서를 지켜 밤과 배, 곶감과 대추 순으로 제사상을 마련한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의 넋을 기리는 축혼제를 지냈다.

참석한 공무원들은 축혼사를 통해 “그대(가축)들의 값진 희생은 푸른 하늘 아래 밝게 빛날 것”이라며 “이러한 어려움(구제역 사태)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라고 기원했다.

또 라승용 원장은 “올해는 구제역 확산으로 가축들의 희생이 크다. 모두 화합해 위기를 극복하자”며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러나 축산원의 이날 행사에 대해 종교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동물은 하느님이 주신 양식 같은 생존을 위해 주신 것”이라며 “다종교 사회에서 정부 기관이 어느 종교(불교)에는 맞을 수도 있지만 타 종교 입장에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평촌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총회의 한 관계자는 “영혼 없는 가축·짐승에게 축혼과 제사를 지내는 건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그 시간에 구제역으로 가축을 잃은 농민들의 상심을 달래는 게 차라리 현명한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사태의 초점 자체를 살처분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 보단 자연 재앙이 무섭기 때문에 농업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범국민 캠페인 등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측은 “축혼 제사를 지낸 것은 가축의 영혼을 달래기 위함이지 종교적인 차원은 전혀 아니다”라며 “축산단체 측에서 축혼 관련 문의가 적지 않았고 시험사업으로 희생된 가축을 달래기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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