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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농업전문 경영인] ⑪ 용인 성주농원 배효경 대표

주말농장 체험으로 시작해 화훼농사 재미에 푹 빠져 공무원 삶 청산 결심
1천㎡ 구아바 재배농장으로 시작 선인장→ 외래종 고무나무류 작목 전환

 


18년 공무원 외길집념, 화훼단지서 발아하다


전국 최대 규모 화훼 재배지로 원래 오이가 유명했던 곳, 어디일까?

선뜻 서울 양재동 아니면 성남을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용인시 남사면 원암리 일대다. 전체 150여 가구로 집하장과 판매장 등 총 4개가 운영되고 있다.

남사면은 전북 정읍이나 순창의 드넓은 평야 지대를 연상케 한다. 다만 화훼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등이 곳곳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서 화훼 농가는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농가들은 전국적으로 상인 등 도매상들에게 화훼 등 분재 판매는 물론 수입 배분 역까지 맡고 있다. 이를 통해 화훼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은 물론 유통비 절감 등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남사면 화훼농가의 구성원들은 스스로를 신뢰로 이뤄진 협동체라고 믿는다. 현재 이곳에는 꽃다발 등에 쓰기 위해 꺾은 꽃 등 절화를 제외한 분화와 관엽 등 거의 모든 품종이 취급되고 있다. 한 농가당 수익이 2~3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남사면 화훼농가 전체적으로 300억 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오늘날 남사면 화훼 농가가 이 만큼의 위상을 갖춘 것도 지난 1994년 만들어진 작목반 덕택이다. 남사면 원암리 193에서 10개의 비닐하우스 분화 재배 동을 갖고 있는 성주농원 배효경(52) 대표도 작목반 활동 멤버다. 순박한 경상도 하동 출신인 그가 왜 남사에 터를 잡게 됐는지 만나러 갔다. 현재 그가 주전공으로 기르는 분화종은 고무나무 왜성 분화다. 재배 품종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로부스타(Robusta)와 피커스 엘라스티카 멜라니, 티네케, 버건디, 골드고무나무, 루비, 뱅갈, 뱅갈렌시스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원래 배 대표는 체신부 공무원이다. 돈 한 푼 없이 하동을 떠나 서울로 입성한 1970년대 초반. 그는 맨손으로 시작했다. 공사판을 돌며 각 종 자격증 시험 통과를 위해 올인 했다. 그 결과 현 KT의 전신인 통신공사 입사에 성공했다. 이후 18년 간 그는 공무원 신분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기회가 찾아왔다. 주말농장 체험을 위해 아내와 지금의 남사면 원암리에 땅 300평을 매입한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돼 선인장을 길렀다. 단순할 줄로만 알았던 농사일에 점점 빠진 것이다. 그는 이미 남사와 가까운 오산지사에 발령을 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구슬땀을 흘려가며 선인장 재배에 힘썼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공무원 생활의 안정감은 결코 자기 발전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사표를 썼다. 아내의 만류도 뿌리치고 그가 남사면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내던진 도전장. 그에게 많은 육체노동의 피로와 농사 일로 인한 부채 등의 우려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배 대표는 안락한 생활을 탈출하고 싶었다. 불확실하지만 땀 흘린 대가는 충분히 보상될 것이라 믿었다. 그때부터 배 대표의 남사 화훼 역사가 시작된다.

배 대표는 약 1천㎥ 규모의 구아바 재배 농장으로 시작해 이후 선인장으로 전환해 육종을 해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투자 대비 이익이 매우 적었다. 한 때 그는 사채까지 빌려다 써야 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외래종 고무나무류로 작목 전환을 했다.

그는 “화훼 식물 재배는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쉬운 것이 식물 재배”라고 말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부침을 겪었는지 알 수 있는 체험담이다.

그의 농장은 유달리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가계 살림이 여유가 있을수록 화훼는 잘나간다. 반면 가계 부채가 높고 적자 살림일 경우 그렇지 못하다. 그도 이런 원리를 안다. 그래서 투자비가 많이 드는 육종을 일찍이 접은 것이다. 지금의 관엽은 그 대안이다. 2004년 시작했으니까 벌써 6년째다. 그 동안 육종으로 인해 손해 본 것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배 대표는 “관엽의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별도의 실험실까지 2007년부터 마련해 관엽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구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고무나무 재배에는 난방비 부담이 많다. 그래서 다육으로 전환했다. 요즘 관엽 시장은 다육이 대세다. 그 만큼 수요가 다양하다. 고무나무 같은 왜래 종은 형태가 기이하고 재배 방법에 따라 모양이 아름답다. 때문에 값이 상당하다. 피커스 종이나 티네케 같은 경우 화분 한 개에 30만원을 호가한다. 그런데도 매니아층 사이에선 수요가 크다.

배 대표는 “같은 고무나무라도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 수 천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고무나무의 매력이다”며 “다육을 통해 다 자린 일부 품종의 경우 70만원을 호가 한다”고 말했다.

그가 경영하는 성주 농원은 이미 남사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올해 배 대표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선정하는 농업경영전문인에 선정 돼는 영예를 누렸기 때문이다. 150 농가 중에서는 처음이다. 그 만큼 성주 농원에서 육성하는 고무나무 다육 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는 이런 명성에 만족하지 않는다. 여느 농업인들처럼 그 자신도 남사 화훼농가의 발전은 물론이고 대를 이어 운영이 이뤄지기 위해 자녀들에게 화훼 공부에도 열정을 가지라고 교육시킨다.

때문에 첫 째 아들은 일반 대학을 자퇴하고 농업대학에 재입학했다. 현재는 화훼 분야 교수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의 농가에 견학 실습을 하고 있다. 둘째 딸은 수재다. 카이스트를 목표로 생명 과학 분야에 매진하기 위해 농장 체험에 열성이다. 막내인 초등학교 6학년 아들 관효 역시 아버지인 배 대표를 잘 따른다고 한다.

가족의 이런 관심의 뒤엔 아내 김미진(46)씨가 있었다. 깍쟁이 서울 출신인 김 씨는 배 대표와 농원 운영을 위해 그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지난 1997년엔 농민후계자로 선정 됐고 여성농업인 혁신인재 과정도 수료했다. 화훼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 전문가다.

배 대표는 고무나무 재배산업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다.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 사회가 앞당겨지면 주거 형태가 대형에서 소형으로 바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배효경 대표는 “현재 성주1호와 2호, 3호까지 앞으로 각 가정과 사무실에 남사면의 화훼가 장악을 할 것이다”라며 “앞으로 집안 식탁 또는 사무실, 공중화장실 변기 위에도 놓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주농원: ☎(031)332-7970

삶의 기쁨을 선사하고파

   
▲ 배효경 대표
-남사면에 화훼가 아직 전국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이유는.
▲현재 서산 같은 지역은 화훼단지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용인시는 남사면 같은 환경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하다는 것이 지역 농가의 목소리다. 남사 화훼 작목반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무엇보다 공통 과제인 병해충 방제를 위해 많은 연구를 기울이고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배 대표의 삶 자체가 입지전적인 특성이 강한데 삶의 모토는 무엇인가.
▲성주 농원은 16년 간 땀의 결정체다. 처음 이 곳에 터를 잡았을 때 텐트 1동을 치고 지낼 정도로 열심히 했다. 또 당시에는 유행성 출혈까지 걸려 심한 고생을 했다. 또 비닐하우스를 짓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이 모든 힘겨운 과정은 할 수있다는 자신감으로 견디어냈다. 불가능은 내 사전에 없다가 삶의 모토다.

 

-2010년 농업전문경영인으로 선정됐는데 축하드린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보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또 겸손해야 한다. 경남 하동에서 아무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서울에 왔다. 지금은 너무나 풍족한 삶을 자연의 혜택을 통해 누리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남사로 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농원에서 이곳 남사 화훼 농가를 통해 삶의 기쁨을 찾았으면 좋겠다. 내가 할 일도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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