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쉼표’ 집하장, 아름다운 경쟁
선거는 오늘로 끝나지만 한 때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조성됐다. 남과 북 모두 천안함 사태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빚어진 것이다.
전쟁은 살인이다. 전쟁은 폭력이다. 전쟁은 백해무익하다. 적어도 약자입장에선 그렇다. 반면 강대국이나 대자본가에겐 다르다. 전쟁은 기회다.
오드리햅법과 멜 페러가 출연한 희극 <전쟁과 평화>는 19세기 유럽 전역에 드리운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를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 배신을 그린 이 희극은 영화와 소설로도 소개됐다. 내용은 나폴레옹 시대 전쟁의 참상이 주류를 이룬다. 교훈으로 삼을 만한 내용은 사랑이다.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관계다. 나타샤 역의 오드리햅번과 러시아의 장수 삐에르간의 로맨스는 전쟁의 비극으로 무너지는 평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권모술수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전쟁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전쟁과 평화는 대립적이다. 기원전 4-3세기 춘추전국 시대 대 제후 국가 간 경쟁과 평화 구도를 그린 제자백가의 전쟁론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고리 타분한 내용이긴 하다. 그러나 전쟁을 왜 일으키는지, 경쟁을 통한 전쟁이 왜 필요하고, 전쟁을 통해서 평화를 얻는다는 동양학자들이 쓴 고전을 통해 지혜를 얻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오늘날 상황에 대입해 보자. 총성 없는 무국경 자본의 대 이동과 자유로운 무역의 흐름 가운데 살고 있는 우리다.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자본의 이해에 따라 뭉치고 협력하면서 정글 시장에서 생존 법칙을 터득해 간다. 화훼 분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경기도 광주시가 협력 지원해 결실을 맺은 ‘광주 화훼 집하장’을 들여다봤다.
일반인들에게 아직 친숙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화훼는 우리 생활 깊숙이 차있다. 가전IT제품과 생활 도구 속에 잠식당한 우리의 눈은 때론 휴식이 필요하다. 이때 화훼가 들어선다. 각 종 왜래 및 국내 종 화훼 식물은 우리의 눈과 마음을 편안히 해준다.
광주시 초월읍 쌍둥리 386(경충대로 963번길)에 위치한 광주 화훼 집하장은 이런 화훼 식물 120여 이상이 자라고 판매되는 광주 화훼의 집산지다. 광주 시내 45개 화훼 농가가 뭉쳤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처음 논의가 나온 건 6년 전인 지난 2004년이다. 당시 품목별 연구모임으로 출발했지만 견학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광주시농업기술센터와 광주시, 농촌진흥청 등 유관 기관의 관심과 예산 지원으로 불가능이 가능으로, 무에서 유의 역사가 시작됐다.
농가들은 각개전투에서 탈피해 힘을 합쳐 다품종 소량 주문 체제로 집하장에 화훼 주문 품목들을 공급한다. 운영은 유우성(34) 회원이 맡았다. 유씨는 원래 45개 농가 중 한 농가 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능력과 경력을 높이 산 나머지 44곳 농가가 그를 대표겸 매니저로 추대했다. 그는 지금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광주 집하장을 삶의 터전 삼아 분주하게 살아갔다.
유 대표는 “고양이나 여타 화훼 단지와 비교해 출발은 늦지만 경기도의 대표적인 화훼 집하장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천성적인 화훼인이다. 광주 역말과 판교에서 장미농사를 지었던 그다. 그의 머릿속에는 광주 집하장 회원 농가들의 권익과 화훼 판매 상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 증대, 이 두 가지 목표로 가득 찼다.
45개 농가를 하나로 묶으면서 이제 화훼 시장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광주화훼집하장은 그 어떤 지역보다 뛰어난 고객 서비스와 최상의 질을 자랑하는 화훼 상품을 자랑한다. 물론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각 농가들의 매출 증대에서도 나타난다. 목표는 농가당 1~2억 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 실현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게 유 대표의 다짐이다.
사실 오늘날 광주화훼집하장이 있기 까지 숨은 1등 공신은 따로 있다. 광주화훼집하장의 회원 농가이자 광주시화훼연구회 회장으로 있는 이수성(51)씨다. 초창기 그의 고민은 선택과 집중이다. 즉 연합을 통한 가치창출이다. 회원 각자가 중간 상인 즉 집하장을 통한 전량 출하하는 화훼상품을 위해 자체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전쟁의 병법을 쓸 줄 알았다. 평화를 원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선 화훼 시장의 전쟁터에서 뭉치고 흩어지며 다양한 무기로 고객들을 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간 과정, 적의 병참 보급선을 줄이고 피아 구분을 선명히 하는 것, 또 아군의 생존 살상력을 높이는 것이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는 이런 원리를 알았다. 그래서 시작한 게 컨설팅이다. 화훼 판매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집하장에 대한 설계와 투자비, 시장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야 했다.
투자비용은 해결됐다. 농진청 국비사업으로 추진되는 영농현장 문제해결 과제 지원 사업에 응모했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 공무원들에게 실패는 없다며 떼를 써서 결국 이뤄냈다.
그는 “인화단결로 극복 못할 게 아무것도 없다”며 “실패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광주화훼집하장이 있었던 건 광주시화훼 연구회 회원 농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도 광주화훼집하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경기도 광주에선 최초라는 점이다. 또 도시 경쟁력 확보와 특수농업분야가 이뤄내는 수익 창출 효과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농업기술센터 안요환 소장은 “광주의 화훼집하장은 용인 남사나 고양의 집하장등 타 지방과 비교해 서울과의 거리상 경쟁력과 품목과 품종의 우수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며 “광주에서 화훼 센터로서 수도권 1등 화훼 집하장으로 발전하도록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화훼집하장: ☎(031)870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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