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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갖쳐버린 ‘민중의 울부짐’을 기억하라

황용희 글|멘토

294쪽|1만2천원.

‘가시울타리의 증언’은 30년간 영등포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도관 황용희(54) 씨가 쓴 감옥 이야기다.

80년 현대사를 교도소에서 체험한 그가 12·12군사반란 관련자, 이부영, 김근태, 이근안, 전경환, 6월항쟁 등에 얽힌 비화들을 풀어놓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탈주하려던 지강헌, 소금물로 철창을 삭히는 사나이 등의 이야기도 담았다. 또 교도소 내에서 온갖 기발한 술이 만들어지는 진풍경, 사형수 청년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강물에 법선을 띄웠던 때의 단상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1980년 5월 공무원으로 임용돼 교도소 감시대에서 근무를 시작한 저자는 그해 12월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 초기 ‘제1기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입교식’이 거행되는 현장에 선다.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가해졌던 강도 높은 훈련이 감행됐던 그 당신의 국가폭력과 공포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가 근무했던 영등포교도소 1동은 주로 정치범들이 다녀간 곳이다. 특별사에 근무했던 그는 어느 날 큼직한 보따리를 든 8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그중 서강대 수학과에 다니던 최경완과 교감을 나눴던 이야기는 교도소 안 휴머니즘을 느끼게 한다.

죄와 벌, 사형에 대한 부당성과 폐단에 대한 논리를 펴기도 한다. 인류사의 암흑기였던 전제군주시대의 왕들의 형벌과 극에 달한 조선의 형벌제도에 대한 충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설득력을 높인다.

더불어 개선된 환경 속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감화원을 소개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교정시설을 일일이 예로 들기도 했는데 그중 노르웨이의 할덴 교도소는 음악녹음실, 조깅코스, 실내암벽 등 각종 문화시설은 물론 쇠창살 대신 커다란 유리창을 설치해 햇볕이 방안에 들게 하고 가족이 면회를 올 경우 2인용 침실방도 제공한다는 각종 사실이 흥미진진하게 담겼다.

저자는 ‘감옥을 보면 사회가 보인다’고 말한다. 교도소에서 갇힌 삶이 그를 옭아맬수록 독서에 탐닉하고 혼자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30여 년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감옥의 상황을 세계 유수의 문학과 철학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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