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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농업경영인] 한국 최고 농업명인 ’명현농장 이윤현 대표

철저한 명품배 전략 집중… 체험 마케팅 접목… 연매출 8억원
2002년부터 배꽃축제·배따기 축제 개최 도시민 유혹
과학적 배농사·자기혁신 노력 인정 지난해 최고 농업명장 선정

 

늦가을 현명농장(화성시 비봉면 구포리 978)은 평온했다.

지난 여름 뜨거운 햇살에 익은 황금색 배는 아쉽게도 보이질 않았다. 황량한 배나무 가지 사이로 잘 정돈된 배 농장 곳곳에는 농장 주인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배어 있었다.

현명농장은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대한민국 최고 농업 명인으로 선정한 이윤현(63)씨가 지난 1972년부터 배를 길러온 농장이다.

농장 이름인 ‘현명’은 남편 이 씨의 ‘윤’자와 아내 이명자(63)씨의 ‘명’자를 합성해 지었다.

이날 농장에는 귀한 손님이 찾아올 예정이다. 그것도 전국 8도 방방곡곡에서다. 비행기와 고속버스 기차를 타고 전국의 농업 명인들이 초대받은 것이다.

벤처농업대학을 졸업한 농업인들은 누구나 다 아는 민승규 농촌진흥청장도 농업인과의 간담회를 위해 이곳에 온다.

그래선지 이 대표의 아내와 둘째딸은 새벽부터 손님맞이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대표의 배 농장은 그 동안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이 대표 본인의 타고난 성실성과 창조력이다.

그는 “배 농사가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배와 쌀이 결합한 배 쌀 과자나 배 고추장 등 배를 응용한 기능성 식품만 40가지 특허를 받을 정도로 무궁무진해요”라고 말했다.

언뜻 자기 자랑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와의 인터뷰에선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는 분수를 알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며 농사짓는 정직한 농업을 핵심 철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본래 농사꾼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1천 평에 맞는 수확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욕심이 문제입니다. 자기 땅에서 기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 뭐하나 얻을 게 있나 그런 농업인들의 공짜, 무임승차 심리는 극복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우리 농업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아는 농업인 중 한 사람이다. 실천을 위해 참여도 마다하지 않았다. 4H운동에서부터 지난 2002년 벤처농업대학 졸업, 도농업기술원 주최 마케팅 대학 수료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아내 이명자씨와 함께 했다.

국내 농업인 인재 배출의 요람인 농수산대학에서도 그는 현장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 해마다 수시로 농수산대학 재학생들이 현명농장을 찾는다. 그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후계인 부족으로 농촌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땀 흘리고 고생하지 않으면 결코 열매를 얻을 수 없는 법입니다. 자연은 우리를 배신하는 법이 없거든요. 그래서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후계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인재 육성이 바로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농부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학생들 앞에선 대선배로서 교육자로서 자신의 배기술 노하우를 남김없이 전수해 준다.

현명농장 배는 남다른 방식으로 재배된다. 배에 공급하는 영양분은 사람과 같다는 말이다. 쌀겨와 깻묵, 콩을 먹이고 바닷물도 1년에 5번 이상은 준다. 바닷물에는 360가지 미네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물은 16가지 영양분을 제공한다. 또 배나무 한 그루에 막걸리만 10리터 이상 준다.

이런 참여와 배움, 남다른 재배법 덕분에 현명농장의 배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비결은 그가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작성하는 농사 일기장에 있다.

이 대표는 철저한 명품 배 전략으로 집중했다. 그리고 체험 마케팅을 접목시켰다.

지난 2002년부터 매년 봄마다 이곳 농장에는 전국의 배 소비자들이 몰려든다. 배꽃축제 때문이다. 가을에도 마찬가지다. 배따기축제를 열어 도시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의 이런 감성과 지성이 결합한 스마트 농사 스킬은 연 매출 8억 원을 올릴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농진청에서도 그의 이런 과학적 배농사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의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그를 최고 농업 명장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오늘의 성공이 있기 위해선 주위의 많은 도움과 관심이 컸다고 겸손해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도농업기술원장을 지낸 이원식씨와 김포군 농촌지도소장을 지낸 임준웅씨를 꼽았다. 또한 농진청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 농업의 발전을 위해 농진청 만큼 소중한 곳이 없다는 것.

그는 “사실 농진청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미 무릎 꿇고 저승에 가야했을 겁니다. 농진청과 도농업기술원의 많은 지도 공무원들의 지원과 격려, 배려가 성공에 밑거름이 됐습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 이 대표의 아내 이명자씨가 배즙을 대접했다. 끝 무렵에는 원두커피가 나왔다. 왜 같이 마셔야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게 다 궁합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궁합이 잘 맞아 오늘날 이렇게 배 농장을 일구었듯 농업의 성공도 결국 여기에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을 맺었다.

이날 인터뷰 내내 그는 열정과 정직, 양심을 3대 핵심 농사 기치로 60년 이상을 지혜롭게 살아온 농업인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도시의 경쟁과 욕망에 물들지 않는 속 깊은 대한민국 농업인, 그가 이루어낼 배 농사의 혁명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문의: 현명농장 ☎(031)356-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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