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교 보건교육이 전문 장학조직 부재와 사업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보건교사들과 교육계 관계자들이 가진 ‘보건교육 토론회’에서 도내 보건교육 행정조직은 학생건강 관리를 책임지기에 역부족인 상태고 보건예산 또한 시설관리에 치중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지역의 보건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이재삼 교육의원이 주최한 ‘경기 학교 보건교육 발전방안 정책토론회’가 지난 8일 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전찬환 부교육감을 비롯해 교육의원들과 400여명의 보건교사, 교육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경기도보건교사회, 보건교육포럼 경기지부가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전국 처음으로 도교육청이 실시한 학교 보건교육 발전방안 정책연구를 토대로 실시돼 교육계의 관심을 모았다.
토론회는 경기대 김대유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지학 부천 원미고 보건교사가 발제, 권오일 평택 에바다학교 교감, 이성대 도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 엄원자 도청 보건정책과 주무관, 이상선 전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 원미선 용인 소현중학교 운영위원장, 김주영 흥덕고 교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 보건교육 발전방안 정책연구 발표
김지학 교사는 발제문을 통해 “보건교육을 포함한 학생건강 증진 정책의 수립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나, 현재 경기지역은 보건교사, 장학사들의 인력 부족 문제로 시설 관리 및 식품위생 등에 전문성이 있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청의 학생건강(급식지원)팀의 세부 업무현황을 살펴보면 급식과 시설관련 환경위생정화의 보건분야로 업무가 편중돼 있다”며 “시설관리 및 환경위생 정화 업무는 교육시설과와의 업무 통합 등을 고려해 조직재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제문에 의하면 시설관리는 설비에서 유지, 보수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부서에서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지원청에는 이 업무가 교육시설과, 평생건강교육과 등 2개의 조직으로 분산돼 있다.
이어 김 교사는 “교육감의 학교보건 정책 결정 및 집행에 있어 직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보조·보좌기관에는 보건교사 출신의 장학관이 1명도 없어 학생건강증진 및 보건교육 등의 정책적 의견 반영이 미흡할 수 있고, 보건교육이나 건강증진 정책 업무가 시설, 급식, 체육 또는 평생교육의 하위 업무로 배치돼 있어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제기했다.
보건예산에 대해서는 “2006년부터 5년간 교육청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보건관리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중 시설 관련 예산이 80%를 차지해 실질적인 보건교육 운영예산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 교육계, 보건교육 정책 개선 요구
이날 토론자들은 김 교사의 발제에 이어 보건교육 정상화에 대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했다.
이상선 전 위원은 “도내 학교에 보건교사가 미배치 돼 있는 문제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며 “교감의 경우 43학급 이상 학교에 2인 이상을 배치하면서 보건교사의 경우 24학급이든 56학급이든 1인만 배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청에서 학교보건행정을 주로 시설, 위생전문가가 담당하다보니 학생건강관리가 도외시될 수 있다”며 “보건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의 학교보건위원회에 대해서는 “학교보건 정책 전반을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재 학교설립, 이전에 관한 환경 문제만 다루고 있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날을 세웠다.
권오일 교감은 “성문제, 흡연, 자살, 약물 오남용 등 학생건강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교육청과 학교에는 이를 책임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보건분야 전문직을 증원하고 보건교육센터를 설치해 학생, 학부모의 건강증진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미선 위원장은 “8년간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해왔는데 교내에서 보건교육에 대한 논의도 해보지 못했고 보건실에 대한 의미도 알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학교 폭력, 성폭력 등에 노출돼 있는 만큼 보건교육과 정책에 대한 폭넓은 여론 수렴을 통해 보건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도교육청과 도청의 입장
이성대 도교육청 기획예산담당관은 “보건교사의 업무과중 문제는 인정하지만 한정적 재원을 쓰다보니 미배치교를 우선으로 고려하게 돼 보조인력 배치는 차후에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며 “보건교육을 체육교사와 보건교사가 분담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기획파트와 관리파트가 분리돼 학교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중히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엄원자 도청 주무관은 “도내 전 학교에 보건교사가 1명 이상씩 상주하고 거대학급은 보조교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강구해야 한다”며 “교육청과 도청에서 상설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보건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