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경기도에서 주최한 ‘노숙인 저축왕 선발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오진명(62·가명)씨는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며 희망의 씨앗을 키워가고 있다.
오 씨는 “과거에는 노숙생활에서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3년간 자활센터에서 일하며 저축도 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새해에는 더욱 성실한 생활을 꾸려 가족들에게 신뢰를 얻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수원시 인계동 리스타트(Re-Start) 사업단에서 지난 2008년부터 일을 시작한 오 씨에게는 6년여간 집을 나와 방황하며 지낸 힘든 과거가 있었다.
용인의 한 방직공장에서 근무했던 오 씨는 개인사정상 일을 그만두고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럭저럭 꾸려가던 가게는 1997년 IMF 위기를 맞으며 적자손실이 커져갔고, 급기야 가족과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받지만 계속되는 사업 위기로 있는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당시 그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집을 나왔고, 2002년부터 친구집과 사우나시설을 전전했으며 여의치 않을 때는 공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오랜 노숙생활과 음주로 건강이 악화됐던 오 씨는 삶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갖기 위해 2008년부터 현재 다니고 있는 경기희망지역자활센터 리스타트 사업단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자활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리스타트 사업단의 상담과 격려를 받으며 새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한 뒤 “사업단에서 부품조립을 해 모은 돈이 벌써 1천700만원이나 된다”고 설명하며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오 씨가 매달 받는 돈은 85만여원이지만 이중 55%는 저축하고, 40여만원의 생활비 중 남는 돈도 모두 통장으로 들어간다.
오진명 씨는 “집을 나와 있는 동안 아내가 일을 그만두게 돼 현재 두 딸이 생활비를 벌고 있다”며 “올 한 해 더 열심히 일해서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현재 그는 종교단체에서 제공한 주거지원센터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지만, 앞으로 가족과 한울타리에서 생활할 꿈을 그리며 올해의 희망을 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