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스승은 다른 말로 사부, 선생님, 심지어 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게 불리운다. 나의 중고교 시절에는 학생들끼리는 영어, 수학, 공업, 상업 등 담당과목명으로만 호칭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의 많은 스승님들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의 신순남, 설창훈, 박경오, 신숙자, 박유화, 김석회 선생님, 중고교 시절 담임이셨던 이영실, 이미재, 신광주, 이영우, 이명우, 김태형 선생님 그리고 대학교,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이셨던 이준구, 김태종 선생님들까지 정말 고마웠던 많은 분들의 얼굴과 말씀들이 생각난다.
별다른 의심 없이 한 말씀 한 말씀을 흡수하던 시절이었기에, 딱히 한 분만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많은 분들의 훈육이 지금의 내 모습에 체화되어 있는 것 같다.
스승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속담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일 것이다. 스승의 절대적인 권위에 대한 표현이지만, 다른 일면으로는 그런 대우를 받는 스승으로서의 막중한 책임이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그리고 사람들간의 교류가 지금보다 부족했던 예전에는 서당·학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겐 거의 절대적인 존재라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하게 듣고 보는 것이 많은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학교에서의 스승의 역할에 대하여 너무나 엄격한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격적으로도 모든 이의 존경을 받을 만큼 고매하여야 하고, 언행에 흠이 있어서도 안되며, 학원의 유명강사들 처럼 잘 가르쳐야 하고, 그렇게 정성을 쏟았던 제자들이 졸업후에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매년 새로운 제자들에게 열과 성을 다해 주어야 하고, 심지어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 자신의 박봉을 톡톡 털어야 하고….
선생님들도 참 어려운 직업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정치인, 종교인, 공무원,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언행에 대해서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부분들이 있듯이 학교 선생님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낮출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학교 선생님들은 출발부터 남의 아이들에 대해서 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고,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서 그런 애정과 관심이 더욱 내면화되어지는 분들이기에 다른 어느 직업군보다는 어린 학생들의 훈육을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데 지식기반시대와 고령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평생 배울 것이 더욱 많아진 우리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스승들은 학교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焉)”고 한다.
열린 마음으로 가르침을 배우고자 한다면, 현재의 직장에서도, 책에서도 그리고 TV에서도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가 아닌 수많은 스승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진정한 스승은 절대적으로 이상화된 관념속의 존재만도 아니고, 과거 유소년의 추억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이 열려있는 한,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주위에 계실 것이리라.
따라서, 과거의 스승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안부를 궁금해 하는 것 외에도, 현재 바로 주위에 있는 다양한 스승에게도 감사드리고, 미래의 훌륭한 스승을 맞이하기 위해 열린 마음을 새롭게 가지는 것이 필요한 요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창섭 경기도 평생교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