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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 보리밥촌 ‘눈물의 자진철거’

상수원보호지 일대 35개 업소 대집행 예고
“생활 터전 떠날 생각에 착찹” 상인들 애환
“농장 대신 하라더니… 이랬다 저랬다 야속”

 

20일 정오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 광교산 등산로 입구 보리밥집 촌. 평소 같으면 산행으로 출출해진 하산객들을 맞을 채비에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이 일대 35여개 식당들은 대부분 모두 불을 끈 채 영업을 중단했다.

이는 수원시가 상수원보호구역인 광교산 일대에서 운영중인 식당에 대해 21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가운데 광교산상우회 소속 35개 업소가 자진철거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광교상우회 정찬봉 회장은 “상인들이 광교산에 식당을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물리적 충돌 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시가 강제철거를 실시하기 전에 (상인들이) 자진정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보리밥, ◇◇농장 등 광교산 일대 보리밥집 입구에는 출입을 막는 빨래줄과 상인들의 무기한 휴업을 알리는 ‘사과문’만이 등산객들 눈에 띄었다.

영업을 중단한 보리밥집 앞에는 비닐 천막 안에 있던 탁자와 음식 도구들이 어지럽게 나와 있었고 그동안 애환이 쌓였던 식기도구를 정리하는 상인들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5대째 광교산에 살면서 20년 동안 보리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3) 씨는 식기 등을 정리하며 “그동안 자식들을 먹여 살렸던 생활의 터전을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며 심경을 밝혔다.

대집행 소식을 접한 뒤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목이 메어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김 씨는 “한 평생을 광교산에 살면서 농사도 짓고, 가축도 길러보다 생계가 어려워 보리밥집을 운영해왔는데 이제와서 그만두게 하면 뭘하고 살아야 할 지 걱정”이라며 식기를 정리하다 말고 한동안 말 없이 광교산만 바라봤다.

이처럼 광교산일대에서 보리밥집을 운영하는 35개 업소들은 대부분 20여 년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잡상인으로 몰려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농장을 운영하며 가축을 키워오다 15년전 보리밥집으로 업종을 변경한 박모(56) 씨 “당시 시에서 상수원보호구역이라며 농장 대신 식당을 하라고 권하더니 이제 기반 좀 잡히려고 하니까 나가라고 난리”라며 “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높으신 분들’이 야속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씨는 이어 “수십년째 매년 반복되는 단속으로 여기 업주들은 기본이 전과 10범”이라며 “이제는 도망갈 힘도 없고, 눈물만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광교상우회 소속 35개 업소는 이날 포클레인 2대를 포함해 용역업체 인부 등을 동원해 자진정비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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