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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티베트 오지의 붉은 소금밭 비경에 넋 잃다

진흙 뚫고 흘러내려 생성된 종유석같은 소금고드름 감탄
소금이 차츰 익어가며 토질에 따라 홍염·백염으로 바뀌어
다랑염전의 풍경담은 리플렉스 카메라 100년사도 한눈에

 

■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장 ‘차마고도 천년의 염전’ 전시회

차마고도(茶馬古道)는 하늘에 가장 가까운 길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로 불린다.

실크로드보다 200년 앞선 이 길을 따라 당나라 때 윈난과 쓰촨은 차를 티벳은 말을 운반했다.

해발 4천m가 넘는 산과 중첩된 협곡으로 이뤄져 험하고 위험한 이 길은 이방인들에게는 유명 관관명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끼니를 해결하려고 멀고도 험난한 길을 걷고 또 걷는 민족들이 있다. 마지막 마방으로 불리는 라시족과 티벳탄이 그들로 다랑염전에서 일군 소금을 하늘의 축복이라 여기며 사는 민족들이다.

다랑논의 세계를 줄기차게 추구해온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이자 사진작가인 김종세는 2009년 9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이곳을 방문, 어렵게 담은 비경을 ‘차마고도 천년의 염전’이라는 전시회로 선보이고 있다.

또 당시 소중한 장면을 담았던 카메라를 비롯한 중·대형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도 유리상자안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관람객들은 박물관 지하 1층 전시장 우측 방향으로 몇 걸음 발길을 옮겼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로 5m, 세로 1.1m의 거대한 사진 속에 담긴 옌징(鹽井) 다랑염전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바늘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들어선 소금밭,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실오라기 길, 나무 한그루 없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당당하게 보이는 염전 주변의 산.

인가 뒤편으로 골이 깊게 패인 산맥들의 행진은 신만이 만들 수 있는 예술품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작가는 사람이 서서 있지 못할 정도로 경사가 심한 주변 산들의 풀포기를 잡고 10여 차례나 오르며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 관람객들의 구미를 사로잡는다.

작가는 옌징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쫓아간다.

장마로 갈라지고 허물어진 염전을 보수하고 잘 여문 소금을 수확한 다음 말에 실어 먼 길을 떠나는 장면 등.

망가진 염전을 손보는 과정은 관람객들에게는 그 구조를 알 수 있게하는 소중한 기회다.

인근에서 캔 통나무를 알맞게 썰어 가로세로 촘촘히 엮고 기둥을 세워 만든 소금밭 보수는 통나무에 걸쳐놓은 판자를 걷어내고 새 판자로 교체한 뒤 그 위에 거친 흙을 깔고 다시 채로 받쳐 걸러낸 고운 흙을 덮어 다지면 끝이 난다.

일순 단순해 보이는 공정이나 우기가 끝나면 끊임없이 반복되는데다 기계 힘을 빌리지 않고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힘든 작업이다.

소금이 차츰 익어가면서 색깔이 초록, 녹색으로 바뀌는 것도 그렇지만 토질에 따라 홍염과 백염이 되는 것도 참 신기하다.

옌징의 신비한 장면은 이것이 전체가 아니다.

논에 가둔 염수가 다지고 다진 진흙을 뚫고 밑으로 조금씩 흘러내려 생성된 소금고드름은 마치 수천 년 된 동굴의 종유석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온갖 정성을 다한 묵직한 소금을 짊어지고 운반하는 여인네의 어깨에 걸친 삶의 무게는 처연하리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작가는 ‘차마고도 천년의 염전’의 파노라마 부분은 중형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는 이 카메라를 포함해 중형 46점, 대형 55점 카메라와 렌즈, 액세서리 등 160점이 전시돼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의 100년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김 관장이 지난 수십 년 세월 수집한 것들로 자식만큼이나 애지중지 여기는 소중한 물건들이다.

동시에 그간 2회에 걸쳐 선보였던 전시에 이어 이번 전시는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전시의 완결판이다.

연대별로 쫓아가보면 가장 역사가 깊은 카메라는 ‘ARTIST REFLEX’.

영국 London Stereoscopic사가 1898년 판매한 대형 카메라로 목재에 흑색가죽을 입혔고 틀림현상을 막기 위해 구리와 아연을 배합한 재료를 곳곳에 댄 점과 유리건판 필름을 사용한 것이 특색이다.

영국 마리온사가 1909년 값비싼 마호가니 원목으로 생산한 ‘SOHO TROPICAL REFLEX’는 포컬플레인 셔터와 붉은 색 벨로즈로 치장한 최고급 공예품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고운 자태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2001년 남아프리카 여행 시 케이프타운에서 이 카메라를 구입한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다”고 귀띔했다.

독일 Bentzin사가 1900년 만든 ‘REFLEX PRIMAR’는 1/1300초의 포컬플레인 셔터를 착용했고 목재에 가죽으로 씌워 마감했다.

렌즈보드가 상하로 움직이며 필름면이 회전하는 디럭스 모델이기도 하다.

몸체가 크지만 수납이 되지 않아 휴대하기에는 불편한 단점이 있었다.

이런 불편을 없앤 것이 삼형제라 일컫는 ‘ERNOFLEX'(독일 Ernemann사 제작) 시리즈였다.

가장 먼저 태어난 맏형은 ‘ERNOFLEX 9×12'로 덩치가 가장 큰 만큼 화면이 90×120㎜에 달한다.

중간에 끼어 형, 동생 눈치깨나 보았을성 싶은 ‘ERNOFLEX 1’은 형보다 2년 늦은 1924년 태어났지만 지금은 희소품으로 소장가치가 높다.

막내인 ‘MINATUR ERNOFLEX'는 체구가 가장 적아 사진마니아들이 즐겨 찾곤 했다.

이들 형제들은 모두 접으면 아주 콤팩트하게 작아지는 특징을 지녀 가지고 다니기에는 좋을듯하나 현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접고 펴고 하는 일이 다소 성가실 법도 하다.

1930~40년대 카메라론 독일 ‘튼AKTA A’와 ‘스웨덴 HASSELBLAD 1600F’가 진열대 유리 상자 안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다.

독일제는 필름 감는 레버와 셔터 버튼이 왼쪽에 부착돼 있는데다 교환렌즈를 사용할 수 있는 정점을 지녔고 스웨덴제는 세계 최초로 필름집이 교환되는 카메라라는 명성을 지금도 갖고 있다.

1970~90년대 인기를 누린 ‘MAMIYA M645 1000S GOLD’나 ‘MAMIYA RB67 PRO GOLD’는 마이야사가 Mamiya RB67 발매 11주년을 기념, 300세트를 만든 카메라로 도마뱀과 금장 띠로 마감해 당시로써는 상당히 고가로 팔렸다.

옌징 전체를 한 폭의 사진에 전부 옮긴 카메라는 ‘PENTAX 646D’로 TTL측광방식으로 조리개, 셔터우선 자동노출 촬영이 가능한 장점을 지녔다.

김종세 관장은 “천년 염전은 수천 년을 이어온 삶의 터전과 그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며 “중대형 일안 리플렉스는 카메라수집가들 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발품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회는 지난달 23부터 시작해 오는 9월4일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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