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1 (수)

  • 구름많음동두천 25.8℃
  • 맑음강릉 30.7℃
  • 구름많음서울 27.2℃
  • 맑음대전 26.1℃
  • 맑음대구 26.9℃
  • 맑음울산 27.0℃
  • 구름조금광주 26.2℃
  • 맑음부산 29.1℃
  • 구름조금고창 25.4℃
  • 맑음제주 27.9℃
  • 흐림강화 25.4℃
  • 맑음보은 25.0℃
  • 맑음금산 23.8℃
  • 맑음강진군 25.3℃
  • 맑음경주시 25.6℃
  • 맑음거제 25.9℃
기상청 제공

‘청자의 기품과 분재목 접합’ 자연을 담아내다

고객 눈길 사로잡는 대신원예 ‘도자기랑 나무랑’

지난 27일 기자가 찾은 과천시 주암동 물 사랑길 도로 옆 대신원예 넓은 매장엔 단아한 분재목이 비치색과 우윳빛이 은은히 감도는 청·백자 화분 품에 안겨 새근새근 동면에 빠져 있었다. 한 잎도 남지 않은 활엽수 나목(裸木)은 곡선이 돋보이는 줄기에 섬세하게 뻗은 가지의 자태가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하고 소나무, 향나무 등 송백류는 여전히 푸름을 자랑하며 수태(樹態)를 뽐냈다.

 

피라칸샤는 가을의 상징물인 빨간 열매가 달려있어 겨울인데도 심심찮게 찾아드는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장엔 선비 같은 모습을 한 문인목, 자신을 키워준 곳이 그리운 듯 가지가 밑동을 향해 뻗은 현애, 오랜 풍상을 겪어내 용트림하듯 서린줄기를 한 반간(蟠幹) 등등 하나같이 격조가 있고 아취가 묻어나는 예술품들로 가득했다.

 

 

대신원예 상표인 ‘도자기랑 나무랑’이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지 올해로 14년째로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 모양새에 낯설어했으나 이제 분재애호가가 아니라도 사무실이나 웬만한 가정엔 한두 점은 비치해놓고 감상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문응식 농업법인 대신원예㈜ 대표이사는 사촌형이 경영하는 원예하우스를 자주 들락거리면서 초롱초롱 방긋 웃는 예쁜 꽃들을 어릴 적부터 가슴에 담았다.

본인은 중학교 졸업 후 농업고등학교 진학을 원했으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인문고를 나왔다.

그러나 대학교는 본인 희망대로 원예학과를 택해 오랜 기간 품었던 꿈의 실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의 사회진출은 1992년 양재동 말죽거리 사거리에 자리한 작은 점포에서 난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말하자면 소자본 창업인 셈이다.

이듬해 남서울화훼공판장과 현 장소로 이전을 거듭하면서 동양란 수입과 판매 사업에 매달려 끝에 수입은 짭짤했으나 마음 한구석은 무언지 모르게 늘 허전함이 감돌았다.

“그 사유(思惟)의 끝은 대학 시절 어느 순간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간 ‘도자기와 나무의 만남’이란 아이디어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지요. 그길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도자기랑 나무랑’의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청·백자에 나무를 이식한다는 것을 당시 어느 누구도 꿈에서 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시도는 수십 차례 실패를 거듭한 결과, 지난 1998년 봄, 궁내동 서울톨게이트에 첫 작품을 선보였다.

선조들이 우주를 한 손에 움켜쥐려는 듯 가을 하늘빛을 닮게 한 청자의 우아한 기품과 분재목과의 접합은 고고한 품격으로 인해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자기랑 나무랑’은 1천여㎡의 매장에 1만5천여 점이 저마다 아름다운 맵시로 치장하고 진열돼 있다 주종은 해송, 사어천, 귀주, 눈향 등 향나무, 피라칸샤, 주목, 소사나무, 장수매, 서황금, 고무나무, 난류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수종은 분재의 왕자로 불리는 해송과 향나무로 이들만 해도 7천여 점에 달하고 단일 매장 확보 분재 규모면으론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이들 분재들은 모두 자연 그대로의 모양을 닮아 어느 곳에 놓아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깊은 산속 소나무 군락지에 놓으면 단아한 청자와 함께 오히려 경관이 더욱 빼어나고 갯바위에 올라앉은 향나무는 그 또한 자연의 일원이 돼 일렁이는 파도와 대화를 나눈다.

사찰 마당에 한켠에 자리한 진백은 경내를 퍼지는 불경소리에 화답하듯 바람없는 날에도 잎새가 가볍게 흔들린듯 하다.

아담하게 꾸며진 거실 탁자의 향나무 분재는 은은한 향이 온 집안을 맴돌아 정신마저 맑아지는 듯 하고 집안 품격도 한층 더 높인다.

매장 내 분재의 평균 가격대 10~20만원으로 큰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고 진열된 분재 중 최고가는 수고 70㎝, 지름 10㎝, 수령 70년이 넘는 적송 분재로 1천만원을 호가한다.

분재소재는 안성, 부여, 고창, 해남 등지의 2만5천여㎡의 농장에서 공급한다.

2년생 묘목을 구입, 수형 잡기를 위한 철사걸이를 한 후 3~5년간 땅에 키운 다음 작은 포토에 옮겨 다시 한 번 섬세한 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 소품이 탄생한다.

매장과 붙은 연구실은 문 대표가 끊임없이 난(蘭)의 신품종과 수형에 어울리는 도자기용기를 개발하는 산실이다.

그는 이곳에서 지난 7년간 ‘대신스프링’, ‘대신스위터’, ‘대산다보’, ‘대신골드퀸’ 5종의 신품종 호접란 개발에 성공, 특허출원을 받기도 했다.

“신품종 개발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색상이 다른 품종과의 교배 수정을 통해 얻은 씨를 무균상태에서 파종해 발아시키는데 일순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꽃이 많이 달리면서도 기존에 없는 예쁜 색깔과 긴 수명 외 병충해에 강하고 환경변화에 예민하지 않아야 하는 등 이 모든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신품종의 자격을 얻는다고 할 수가 있지요.”

이 신품종은 농림부 주최, 신상품공모전 은상, 고양 세계꽃박람회 농협중앙회장상, 안면도 꽃박람회 충청남도 도지사상 등 온갖 상을 그의 품에 안겨줬다.

대신원예는 올 들어 도자기 자체만으로도 상품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를 만들어 시판하는 또 다른 시도에 착수했다.

자체 도안해 생산된 도자기는 남녀 합궁을 의미하나 전혀 외설스럽지 않은 것부터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것 등등 발상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이면서도 특히한 것들이 많아 솔직히 탐이 났다.

문 대표는 앞으로 화훼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도 나름 정리해 제시했다.

“WTO, 한미 FTA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이제는 외국 식물을 수입해 팔아먹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국제경쟁력에서 살아나려면 가장 한국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어는 곳에서도 찾을 수 없고 구할 수 없는 육종을 내놓아야 안정된 경영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한발 더 나아간다면 우리 것에 외국인들이 선호할 스타일을 조화시킨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의 지론은 농업도 끊임없는 연구로 한 단계 발전해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분재애호가들이 수형 고르기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질문에 문 대표는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딱히 무엇이라 못하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교과서적인 것 보다 자연에 가까운 분재가 바람직한 형태”라고 답했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