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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열전] 홍성권 HJ산전㈜ 대표

수(秀)상한 삼형제 오너의 성공 리더십
형제간 우애는 회사 발전의 큰 원동력

HJ산전의 성공 밑거름은 열악한 기업 환경 속에서 직원 각자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업무에 매진,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열정 때문이다.

글 l 이창남기자 argus61@kgnews.co.kr

 

 


지난 6월 종영한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이야기다. 총 70부작인 이 드라마에 나온 삼형제의 캐릭터가 재미있다. 막장드라마 논란 등 시청률 지상주의에다가 자극적이고 짜임새 없는 극 중 연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시청률 40%대의 성적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시청률 대박의 비결은 삼형제의 어수선하고 현실성 없지만 진솔한 우애와 화해, 다툼 가운데 벌어지는 삶의 애환을 솔직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혹자는 삼형제와 이들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대화와 상황 전개가 인간 품위를 떨어뜨리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형제들 간에 펼쳐지는 여러 극 중 상황들은 이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좌절에서 극복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 중 맏형인 김건강과 둘째 김현찰, 셋째 김이상은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은 서로 힘을 합해 난국을 헤쳐 나간다. 한 형제로 같은 피가 섞인 삼형제는 때론 혈육의 정과 공적인 부분에 있어 결정의 기로에 들어선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가. 결국 삼형제는 다시 한 가정에서 같은 뿌리라는 동질감과 연대의 정신으로 가족 간에 쌓인 불신과 반목을 극복하게 된다.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973 수원산업단지에 있는 HJ산전㈜를 이끄는 삼형제의 삶도 사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했다.

이들 형제의 이름은 다 홍성 자 돌림이다. 1녀 5남의 형제 중 3남이 현재 경영에 참여하는데 넷째인 홍성희(51) 전 대표이사와, 홍성현(47) 이사, 그리고 가장 막내인 여섯째 홍성권(44) 현 대표이사가 주인공이다. 이들 위에는 둘째면서 가장 큰 형인 홍성관(58)씨와 이미 고인이 된 홍성규(55)씨가 있다. 가장 큰 누나는 홍명숙(62)씨다.

 

 

故 윤영태 사장 배려 없었다면 불가능

삼형제 중 맏형인 홍성희 전 대표이사로부터 HJ산전㈜의 역사를 들었다. 홍 전 대표이사는 30년 넘게 차단기 분야에 종사해 왔다. 이 분야로 뛰어든 계기가 지난 1978년 고인인 윤영태 사장이 경영했던 선도전기에서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동생과 같이 입사했다. 윤 사장은 이들 형제에게 차단기와 분전반 등 특수 전기 차단 기술을 전수해줬다. 어려웠던 집안 살림에다 창업의 기반과 기술 전수까지 윤 사장에 대한 고마움은 지금도 잊지 않는다.

홍 전 대표이사는 “사실 오늘날 HJ산전이 있기까지 윤영태 사장의 도움과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렵지만 오늘날 이렇게까지 걸어온 것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열정 때문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성현 이사는 인맥이 넓고 사업 수완이 뛰어난 현장 전문가다. 홍 이사는 형인 홍성희 전 대표이사의 경영 방침을 이행하기 위해 생산, 제조, 유통, 영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뛰고 있다. 홍 이사는 요즘 현장 영업에 전념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I 마켓 코리아 프로젝트와 부산의 LIG 공영 사옥, 철도청과 도로공사 등에 납품하게 될 차단기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홍 이사는 “만약 우리 3형제가 욕심을 냈더라면 오늘날 회사가 이렇게까지 잘 될 수 없었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지하실에서 시작해 오늘날 사옥을 지어 매출액 100억 원에 이르기까지 형제 간 우애와 신뢰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당시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했다.

그의 바로 손위 형인 홍성희 전 대표이사의 어깨보다 무겁다. 자신보다 동생인 홍성권씨가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형이란 걸 떠나 그 동안 영업과 생산 현장에서 겪은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그대로 홍성권 대표에게 전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를 이끌어 감에 있어 중심을 갖고 직원들을 통솔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이사인 홍성권씨는 막내라는 이유로 좋은 점이 그렇지 않은 점보다 많다고 한다. 6.25 전쟁 통에 만난 부모님 사이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태어난 홍 대표이사는 잔정이 많다. 아버지인 홍학기와 어머니 도영순(82)사이에서 막둥이인 그는 형과 누님의 귀여움과 사랑을 받고 자라났다고 한다. 그런 동생이 현재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둘째인 홍성현 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홍성권 대표는 “회사 창립에서부터 오늘날 이르기까지 큰 형(홍성희 전 대표)의 뜻을 거스른 적이 없다. 형제 간 화합과 단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형제 별칭은 ‘홍삼트리오’

이들 형제의 별칭을 홍삼트리오라고 하자. 홍삼트리오가 회사 경영에 있어 강조하는 건 혁신과 변화다. 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업 환경 속에서 직원 각자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업무에 매진하는 것이다.

사실 HJ산전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숱한 위기를 겪었다. 대표적인 예가 홍성희 전 대표가 겪은 일화다. “당시 18억 원이 넘는 부채를 갚지 못해 너무나 가슴 아팠다. 우리를 믿어준 직원들은 당시 월급도 밀리고 퇴직금도 받지 못했지만 묵묵히 따라와 주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 때 당시 신용불량자가 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홍 전 대표는 그 때 당시의 산통과 고통이 오히려 약이 됐다고 기억했다. 절박함과 절실함, 진실됨이 꺼져갔던 회사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야 당시 졌던 모든 채무와 이자까지 마무리했다. 현재 수원 고색동 사옥이 완공되면서 그는 해외로 제품 세일즈에 본격 나섰다.

“중국과 베트남, 유럽, 북중남미 등 안다닌 곳이 없다. 1994년부터 무작정 떠나 회사의 해외 영업력과 영업망 강화 및 확대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HJ산전은 중국(현지 공장 운영)과 말레이시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7개 국가에 차단기를 수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앞으로 해외 수출 시장 맞품형 상품 공급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 30%의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100%, 향후 3년 내로 200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게 그의 경영 목표다.

다만 그 동안 도움을 받아왔던 코트라나 무역협회, 경기도 등 기관으로부터의 과도한 의존은 피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공무원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건 한계가 있다. 우선 서류로 모든 것을 거르고 허가 지원 유무를 결정하는 탁상행정이다 보니 현장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이 무엇인지 모fms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신 그는 회사의 내실을 탄탄히 다져나가고 급변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삼성코닝 출신의 대기업 직원 4명을 채용해 회사의 생산 기술과 연구 개발 능력, 마케팅 강화에 혼을 쏟고 있다.

 

회사 발전 걸림돌 되면 과감히 떠날 것

홍 전 대표의 경영 철학도 관심을 끌었다. 소위 오너 중심의 기업 경영 문화는 많은 폐해와 문제를 야기시킨다. 형제 간 반목으로 기업이 둘이나 셋으로 쪼개지는 국내 대기업들의 형제 경영의 문제점을 봐도 알 것이다. 두산 박가 ‘형제의 난’이 대표적인 경우 아닌가. 금호그룹의 경우도 단적인 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회사와 자산, 위치를 소유하려 들지 않는다. 능력 있고 검증된 경영인이라면 향후 10년 내로 매출액 달성 목표를 충족하면 언제든 자리를 물려주겠다는 목표다.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면 과감히 떠날 것이다. 회사가 정상 궤도에 확실히 오르면 외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회사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튼튼히 하고 회사의 백년대계를 꾸릴 것이다”

이런 회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사연도 기구하다. 누전차단기와 배선용 차단기, 주택용부분전반 등 대부분 특허 기술을 받은 제품이다. 따라서 생산 현장에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이미 정년퇴임한 전춘옥씨와 심상여씨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홍 전 대표는 “직원들이 그 동안 회사에 기여한 바가 컸다.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회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재 동종 분야 회사의 위치는 중간 정도, LS산전이나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 있는 차단기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게 중요하다. 그는 조만간 아날로그 위주의 제품 구성에서 벗어나 디지털화된 차단기 제품 생산을 위해 연구 인력을 독려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구상이다.

그는 “차단기 분야의 업체들의 제품 경쟁이 심하고 부과율이 떨어져 수익률이 낮지만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분명히 결과는 낙관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임직원과 우리 삼형제가 한마음 한 뜻으로 단결하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다짐을 보였다.

HJ산전의 미래는 밝다는 게 이들 홍삼트리오가 밝힌 확신이지만 현장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자부심과 애사심이 남달랐다.

형제 오너 경영 체제지만 모든 임직원은 한마음 한 뜻이다.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홍삼트리오식 겸손한 CEO 리더십이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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