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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

“그림으로 삶의 상처 보듬다”
어르신 심리·신체적 문제점 등 미술치료로 예방

 

실 재를 넘어선 예술 세계, 순수한 관능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 마음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신현옥(60). 그의 시리즈 ‘현유도(琅流道)’를 보면 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강건함과 필치에 묻어나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아름다움과 인간에의 순수함 등 서정적인 풍요로움을 화폭에 담아내는 신현옥 작가를 만나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l 권은희기자 keh@kgnews.co.kr 사진 l 최우창기자 smicer@kgnews.co.kr

신 현옥 작가의 손가락은 붓을 잡는 방향으로 휘었다. 붓 하나로 세상을 휘어 감으려면 그 중력만큼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 사물이며 풍경을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들인 공에 비하면 휘어진 손가락쯤은 아무것도 아닌 듯싶기도 하다. 게다가 매번 자신을 다그치는 엄격함과 곧은 심성은 자신에게 곱절의 정성을 요구했을 것이다. 스스로 수양하기를 자초하는 그에게도 ‘처음’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께서 하얀 달리아 꽃을 모티브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신 적이 있다. 어디선가 달리아 꽃을 관찰했던 기억이 떠올랐을까? 다른 친구들은 보이는 그대로 꽃을 그리고 하얗게 색을 칠할 때 나는 색색의 옷을 입혀 그림을 완성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눈에 띄었고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깨닫게 된 첫 번째 사건이다. 신 작가는 “그 시절에는 알지 못했지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깨달음, 일상의 환기를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즐거움에 혹은 잘하고자 하는 열정에 이끌려 꾸준히 그림을 그리게 된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손에서 붓을 놓은 시절은 없었다.

“매번 조금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나를 이만큼 끌어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 적도 있다. 너무나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30대에 이르러서는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내 화폭에서 느껴지는 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무작정 미술 입시학원을 찾아 나보다 젊은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들 곁에서 체득한 신선한 감각들은 내게 큰 에너지가 됐다. 이후 서양화가 최성진 선생님을 사사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내 인생과 어떻게 엮어나느냐가 중요하다. 꿈이 있다면 그 중점을 어디에 둬야 할 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는 이제는 소소한 추억이 돼버린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지 않겠노라 매번 다짐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늘 새로운 깨달음을 갈망하기에 그의 삶이 열정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것은 아닐까. 그 힘은 그림 작업에 있어서도 화폭에 고스란히 담긴다. 신 작가는 그 원동력을 여행이라고 말한다. 보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표현의 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

“1년에 한두 번은 혼자든 가족, 친구와 동행하든 여행을 떠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기는 하지만 마음의 환기를 위한 여행에 가깝다.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여정을 챙긴 적도 있는가 하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기도 했다. 그중 터키 여행이 인상 깊다. 블루 모스크에서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 마을의 색감, 다양한 문양과 터키식 아트타일들이 시선을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곳에서 ‘효’를 주제로 한 아트타일을 만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은 그에게 그림의 소재를 제공하기도 하고 작가로서의 현재를 되짚어보는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행에서는 발상의 전환을 얻어낼 수 있다. 갤러리 상황이 열악한 나라에 갔을 때는 편견이 없지 않았는데, 작가 개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기후에 관계없이 다양한 기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서는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트랜디 한 작품이 많다. 미술가의 역량은 창조력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표현을 위한 고민, 작가 개개인의 사유에 깊이를 더해야 한다.”

이러한 신념 때문인지 신 작가의 화폭에서는 동양적 색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오징어배를 소재로 한 초기 작품이 그렇고 붉고 푸른 색이 조화를 이룬 구상 작품,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 무의 공간에서 유를 지향하는 비구상 작품 등에서 그러한 요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작품 ‘혜나의 정원’은 어린 아이들과 양귀비 꽃이 어우러져 있다. 이순(耳順)인 그가 손자 손녀를 위해 그린 이 작품은 양귀비 꽃의 동양적 향기를 품고 있다.
 

 

 


“양귀비라는 식물은 동양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꽃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중독성이 있고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등 위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처럼 인간 역시 이중적인 면모를 동시에 내재하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다. 화가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엄마고 할머니이며 친구가 아니겠나. 아들, 딸, 며느리의 서포트가 없었다면 이때껏 작품 활동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또 주위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도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나의 손자, 손녀는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긍정적인 면모를 이끌어내 이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린 작품이다.”

이처럼 그의 삶의 방향은 자신을 통해 다른 이들을 밝히는 데 있다. 신 작가는 지난 1991년부터 치매노인과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 치료를 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를 설립해 치매미술치료와 건강미술요법 등을 통해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과 그 가족의 삶을 증진시키고 노인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점과 병을 예방해 여생을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재 수원을 거점으로 도내에서 활동하는 150여 명의 치매미술치료사들과 함께 1천300여 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림 지도를 하고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회장으로서의 보람보다 치매노인들이 그린 작품을 통해 느끼는 감동이 20년 가까이 협회를 이끌어올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치매 노인들의 그림은 여느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고 관람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매번 큰 자극이 된다.”

신 작가는 앞으로 선 하나로 면을 채우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계급도, 격차도 없는 그저 인간 그대로의 인간을 작품에 담기 위한 시도다. 자신의 그림을 좋아하고 찾아주는 이들이 있는 한 그림으로 교감하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그는 앞으로 지역 미술계에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끊임없이 화폭을 채우고 자신을 비워내기를 반복하는 그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풍요롭다. 그의 예술적 수양은 일상의 풍경을 내면에 흐르게 하고, 힘찬 붓놀림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을 주도해낸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는 가감 없이 그의 예술 세계를 설명한다. 그를 오롯이 ‘화가 신현옥’으로 불리게 하는 이유가 그 삶 속에 있다.

신현옥(申鉉玉) 약력

 

 



△충남 예산 출생

△前 서울여대 치매미술치료 개설강의

△동남보건대학 작업치료과 치매미술치료 강의

△송파노인복지회관, 성동노인복지회관, 남부노인복지회관 치매, 뇌졸 미술치료 개설강의

△신내노인복지회관 건강미술요법 개설강의

△버드내성당, 세류2동사무소, 장안공원, 팔달공원, 해뜨는 마을, 아네스의 집, 유당마을 등

△치매미술치료 및 건강미술요법 개설강의

△한국미술협회 이사

△나혜석미술대전, 경기미술대전 운영위원

△現 치매미술치료협회장, 영실버아트센터 대표,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기구상작가 부회장, 상형전 회원,

△경기여류화가회 운영위원, 3세대 문화사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로수녀원, 수원보훈요양원 치매미술치료 개설/강의

△치매(예방)미술치료의 선구자로 치매(예방)미술을 화두로 다양한 전시와 세미나를 기획

△노인성질환 예방과 치료에 관한 임상세미나 및 치매미술치료, 건강미술요법 강의

△1991년 1월 20일 치매미술치료협회설립

△개인전 및 초대전 17회

△수상경력

- 2004.05.04 표창장(경기도지사상)

- 2005.05.31 표창장(문화부장관상)청소년육성부분

- 2007.07.05 제22회 경기도 여성상 수상

(경기도지사상)

- 2007.10.02 경로의 날 기념 국무총리상 수상

- 2008.12.05 제 2회 미술인의 날 특별공로상

수상 외 각종 표창 및

수상경력 15건.

△저서

- 2002년 - 치매미술치료의 기법과 실제 발간

- 2005년 - 치매예방 그리고 미술치료 발간

- 2005년 - 치매(예방)미술치료 세미나

자료집 발간

- 2006년 - 미술치료, 치매예방 발간

- 2007년 - 행복이 담긴 그림이야기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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