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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스토리] 이봉로 세전수사 대표

자녀 둘 사법시험 합격
‘대한민국 0.1% 인재’ 로 키운 이봉로 사장의 자녀사랑
대화 통해 가족간 정 나누고 잘못하면 가차 없이 매들어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 하는게 꿈
회는 숙성시간 지키고 소금, 조미료 안쓰는게 세전수사 맛의 비결

글 l 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사진 l 최영석 기자 choi718@kgnews.co.kr

 

 

여성의 사회진출은 가히 눈부실 정도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면서 전문직 여성의 숫자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년 전에 비해 여의사의 비율은 2배, 한의사의 비율은 7배 가까이 높아졌다. 사법고시,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고등고시 합격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도 안 됐으나 지금은 합격자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예비 법조인 사관학교 사법연수원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마찬가지다. 2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20년간 판사생활을 하고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부장판사로 재직중인 전주혜씨는(45) 자신이 쓴 ‘사법연수원 비밀 강의’에서 “(자신이 연수생이던)당시에는 300명 중에서 14명만이 여자였다”며 “그런데 교수가 돼서 돌아와 보니 여성 비율이 40%나 돼 반갑고도 기뻤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했던 전 부장판사는 또 이책에서 연수원에는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유복하게 자란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 사법연수원생들은 그냥 평범한 가정출신이라고 쓰고 있다. ‘버블 세븐’ 지역 출신보다 지방 출신이 성적은 훨씬 좋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 집안에 두자녀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면 믿어질까.

수원지역에서 내노라 하는 횟집하면 세전수사를 떠올린다. 세전수사는 북수원 홈플러스를 지나 서울방향으로 잠시 진행하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주차를 하고 건물안으로 들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으레히 반기는 이가 있다. 말쑥한 와이셔츠 차림에 넥타이를 가지런히 맨 이봉노 사장(57)이다. 그를 만나러 간 날은 화창한 3월 중순 이었다. 건물내로 들어서자 사법시험 합격을 축하하는 화분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법무부는 제52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명단을 지난해 11월 26일 발표했다. 합격자 명단을 확인해 들어가던 이 사장은 딸 수연씨(28)의 이름을 확인하고도 오히려 담담했다고 한다. 그는 딸의 그동안의 노력과 또 총명함을 믿었기 때문이다. 수연씨는 지금 사법연수원생의 길을 걷고 있다.

- 장사하시느라 아이들 공부 신경쓰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하면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끝나는 날이 허다합니다. 일일이 붙잡고 공부를 강요하거나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지요. 그러나 공부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해줬습니다”

-사법시험에 도전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중학교 2학년 때 였을 거에요. 두 살 터울인 동생 정기도 같이 한 자리에서 딸 아이가 물어요. “아빠 이다음에 커서 뭐할까”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우리집안에는 판사나 검사가 없으니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거나 검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어요. 그때부터 사법시험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아요”

-둘째 아들 정기씨도 사법시험을 볼 계획을 갖고 있나요.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상태입니다. 변리사 1차시험도 합격했구요.

- 그렇다면 자제분 두분이 모두 사법시험을 본 셈이군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어요. 첫째 딸 수연은 이미 3차시험까지 합격해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 1년 후에는 판사나 검사를 하게 되겠지요. 둘째 정기는 사법시험과 변리사 시험을 각각 1차만을 통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관문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더욱 노력해야 겠지요”

우리나라 상위 0.1% 인재만이 가능하다는 사법시험에 두 자녀가 동시에 도전해 절반이 넘는 성공을 거두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이 사장의 자녀교육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딸 수연씨가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만은 아니다. 동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 진학을 목표로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려대 법학과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아버지 이 사장은 재수는 안 된다며 진학을 권했다. 수연씨는 건국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해 작년 봄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속에 파묻혀 살았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 재학동안 여행 한번 못갔을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다.

이 사장은 딸 수연씨가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변변한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이 사장은 3월초 사법연수원에 입교하는 딸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아빠, 엄마는 돈을 벌고 있으니 딸은 국가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너의 성격이 집요하고 끈기가 있으니 검찰쪽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딸 수연씨는 1년과정의 사법연수원 생활을 위해 집을 나섰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판사와 검사의 길을 걸을 것이다. 아빠인 이 사장은 평소에 노력하고 매사에 빈틈이 없는 수연씨에대해 믿고 있는 눈치다.

- 아들 정기씨가 그 어렵다는 변리사와 사법시험을 동시에 준비한다는 것이 좀 무리가 아닐까요.

“각각 1차 시험에 합격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고 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좋지만 좀 교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오는 6월에 사법시험 2차 시험이 있고 9월에는 변리사시험 2차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두 가지 관문을 뚫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사업장에 억매어 있다보면 자녀들과 시간을 갖기가 쉽지는 않았을텐데요.

“하는일이 고되고 힘든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함께 외출을 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공원에서 같이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입학해서 사법시험을 준비 하면서 변변한 가족여행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게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

- 아이들을 때리거나 혹은 호되게 꾸짖은 적도 있습니까.

“제가 성격이 직설적입니다. 잘못을 그냥 눈감고 넘어가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 발견되면 가차 없이 꾸짖고 때로는 종아리를 때리고 손바닥을 때린 적도 있습니다. 때리는 부모의 마음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아이들이 잘 따라주고 잘 커 줬습니다”

 

 

이봉로 사장(57)은 전북 진안출신으로 전남 승주군 지리산 옆이 고향인 동갑내기 이애순씨와 결혼했다.

고교 졸업 후 인천과 서울에서 생활하다 지난 88년 수원상권의 중심지 남문백화점에서 1평짜리 수입상품3호점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는 순풍에 돛단듯 승승장구 했다. 1평 상점은 평수를 늘려가며 번창했다. 자연히 수입도 늘었다. 지난 2002년 이 사장은 수입상품점을 접고 현재 세전수사 자리인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485-1 일대 400평 땅을 사들여 지금의 세전수사를 지었다.

초창기에는 지금처럼 세전수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수원 중심상권에서 벗어난 북쪽에 위치해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띄지가 않았다. 그러나 고객중심의 독특한 경영방식과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음식, 감칠맛 나는 회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손님이 들기 시작했다.

세전수사가 고급 일식전문점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은 이 사장의 사회활동이 시작된 시기인 3년전 부터다. 이 사장이 택한 사회활동은 기부를 통한 사회봉사의 길이다.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금도 수원시어머니합창단과 수원예총 후원회장을 맡으며 지역사회 문화예술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저렇게 관여하고 있는 후원단체가 무려 19개에 이를 정도로 이 사장의 기부행위는 지역사회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가 1년동안 기부하는 금액은 그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 기부액이 상당하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한결 같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09년 성균관대학교에 발전기금 2억원을 쾌척한 것은 유명하다. 올해에도 수원지역 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할 생각을 갖고 있다.

세전수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반기는 이는 다름 아닌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단정히 맨 이 사장이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이 사장의 손을 잡고 격의 없는 인사를 나눈다.

세전수사에는 지배인이 없다. 이 사장이 지배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여러 계층에 근무하시는 분들을 모시다보면 의전상 비밀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배인을 두지 않고 제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세전수사을 찾는 이들은 두툼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일품인 이곳의 회맛을 잊지 못한다. 산지에서 최고의 횟감을 공수해 오는 일 못지않게 이 사장이 공을 들이는 부분은 숙성시간이다. 일반회는 6시간, 전복은 24시간 숙성을 고집하고 있다.

고객이 단골이 되고 단골이 또 고객을 몰고 오는 이유중의 하나로 업소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다. 세전수사에 오면 최고의 대접을 받고 또 비즈니스를 위한 사교의 장으로도 한치의 오차도 없도록 배려하는 것이 큰 매력이다.

그래서 최근 3년 동안 세전수사를 찾아온 VIP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장·차관급, 정계, 재계, 관계, 고위공직자 등 수 없이 많다. 과천 고속도로를 경유하면 수원 북부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찾아오시면 최고의 고객으로 모시겠다고도 했다.

세전수사 주방일은 이 사장의 부인 이애순씨가 맡고 있다. 물론 총주방장은 롯데호텔에서 39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분을 모셔왔다. 부인 이씨는 주방경력으로 따진다면 개업시작부터이니 8년째다. 세전수사가 문을 열면서 설겆이로 주방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주방을 책임지기 까지 그의 노력은 눈물겨운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들다 말고 책을 펴들고 공부를 해가며 주방일을 섭렵해 나갔다고 한다. 우선 음식의 간을 싱거움에서 시작했다. 인공 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고 설탕, 당분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세전수사의 변함없는 원칙이 되었다.

이곳에서 회 코스를 즐기고 난 뒤 고객들이 기다리는 것이 있다. 두가지 후식이다. 칼칼한 추어탕 국물에 국수를 풀어 놓은 어죽 국수가 단연코 인기다. 한국인의 입맛을 가미한 부인 이 씨의 작품이다. 또 하나는 후식으로 내놓는 대봉이다. 구례 섬지뜰 3개 감 농가에서 1년에 10만개의 감을 납품받아 제공한다. 월급 130만원을 받으며 설거지로 시작해 주방장이 된 지금 부인 이씨의 월급은 얼마냐고 묻자 이 사장은 웃으며 “많이 받지요”라고 짧게 말한다.

이 사장은 2~3층을 하루에 100번 이상 왕복한다. 처음 세전수사를 시작할 무렵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무릅에 고장이 생겨 붓고 아프고 고통속의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고난의 나날들을 딛고 일어섰다. 이 사장은 스스로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 성공 속에서는 무수한 노력과 실패와 고집이 숨어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좋은 일만 하겠다고 했다. 그가 하려는 사회활동은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에게 가족들을 위해 한 마디씩 해 달라고 주문했다.

부인 이애순씨에게 “세전수사 입맛을 내는 주인공이다. 지금도 주방에서 20~30대 직원들과 똑같이 일하는데 아무런 불만이 없다. 쉬게 해야되는데...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이 집에서 가장 고생 많이 한 사람이다”

딸 수연씨에게 “사법연수원에서 공부 열심해 현직 검사에 임명되었으면 좋겠다. 성격에도 맞는 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행 한번 못시켜줘서 마음이 아프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꼭 제주도나 괌 여행을 시켜주겠다”

아들 정기씨에게 “변리사와 사법시험에 성공하면 부모로서는 너할 나위 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도 값진 경험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직 어리니까 실패를 한다해도 앞으로 무수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해라.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면 판사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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