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허물을 벗는,
점액질의 시간을 빠져나오는,
서서히 몸 하나를 버리고,
몸 하나를 얻는,
살갗이 찢어지고 벗겨지는 순간,
그 날개에 번갯불의 섬광이 새겨지고,
개망초의 꽃무늬가 내려앉고,
생살 긁히듯 뜯기듯,
끈끈하고 미끄럽게,
몸이 몸을 뚫고 나와,
몸 하나를 지우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는,
여기에 고요히 내 숨결을 얹어 보는,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 오정국 시집 ‘파묻힌 얼굴’/2011/민음사
시인은 재생을 꿈꾸는 모양이다. 진흙 속에 피는 연꽃에 까지 읽는 이를 이끌어 가고 있다. ‘몸 하나를 죽이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숨 막히는 고요가 팽팽하다. 이 세상 진흙탕을 건너며 흙 묻지 않을 사람 하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매미가 벗는 허물처럼 우리에게도 삶을 건너며 벗어놓을 허물이 있다며.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