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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환경 안전 구축···사고 예방하는 '도로 위 의사'

11. 도로교통안전진단사

도로교통안전진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로의 숨은 문제점을 찾아내려면 도로를 설계한 사람이나 현재 운용하고 있는 사람보다 도로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현재 교통안전공단 안전진단처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윤공현 연구원을 만나 안전진단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도로교통안전진단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알여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자동차 1만 대당 약 3.2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5명의 2배가 넘습니다. 이 수치는 1980년대 후반 OECD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우리나라 교통안전수준은 OECD 선진국과 비교해 약 20년 정도 뒤쳐진 셈입니다. 때문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책을 수립하는 소극적인 방법들입니다. 병이 발생한 후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는 것과 유사하죠.

반면, 도로교통안전진단이란 교통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사고 위험 요소를 미리 발견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질병으로 비유하자면 미리 예방접종을 하거나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국, 독일, 호주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되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7월부터 신설도로와 교통사고 다발 도로에 대한 도로교통안전진단 제도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왜 도로를 설계할 때 진단이 필요한 건가요.

▲그 도로에 생명이 오고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도로를 계획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안전뿐만 아니라 도로를 설계하려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선형계획, 교통계획, 시설물 계획, 토지확보, 지질조건, 선사유물의 출토여부, 환경적 고려, 사회·경제적 영향, 예산 제약 등입니다. 결국 이러한 요소를 잘 조화시켜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교통안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떤 경우에도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3자의 눈에서 보는 도로교통안전진단이라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죠.

-어떤 과정을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도시공학과를 전공했습니다. 1995년 당시만 해도 신생학과였죠. 도시공학과 내에서는 도시계획, 도시설계, 교통 등 다양한 세부 분야가 있습니다. 저는 석사과정 때 교통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교통이란 것은 일상적으로 접하는 분야잖아요. 출퇴근을하면서도 늘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막상 아는 것은 없어서 관심이 갔었죠.

졸업 후 교통관련 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도로안전진단이라는 새로운 직무가 생겼고, 이 직무에 대한 신규채용을 보고 지원했습니다. 교통분야 중에서도 교통계획은 성과가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교통사고 예방 분야는 교통사고 감소효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야라서 더 보람이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로교통안전진단사로서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현재 교통안전공단 안전진단처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안전진단은 법규상 최소 5인 이상의 교통안전진단 실시자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러한 실시자들을 도로교통안전진단사라 칭할 수 있습니다. 도로교통안전진단사로서의 업무는 도로 설계도면을 검토해 교통안전상의 문제점을 도출한 후 개선안을 제시하는 ‘일반진단’과 교통사고 다발지점 등 교통안전상 문제가 많은 지점에 대한 심층분석을통해 개선안을 제시하는 ‘특별진단’ 업무로 나뉩니다.

 

 

 

 

 

 

 

 


또한 도로 개통 전에 도로 및 교통안전 시설이 규정대로 설치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교통사고 다발지점에 대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도로안전점검’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교통안전 취약지역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거나, 도로관리자가 교통안전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지를 살펴보는 교통안전관리규정 평가도 실시합니다.

-도로의 문제점을 살피려면 아무래도 현장 업무가 많을 것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도로 교통안전진단업무를 하면서 힘든 점은 주로 현장 근무가 많은 데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주로 야외근무가 워낙 잦다 보니 여름에는 더위에 시달리며, 겨울에는 추위로 고생합니다. 평소 내복을 입지 않는 젊은 사람도 도로교통안전진단 업무를 하다 보면 내복 입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죠.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에서 조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 기관은 아니지만 다른 회사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위험한 도로의 경우에는 한 명이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상대방을 보호하는 업무를 해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일에 어떤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까.

▲제가 하는 일은 도로의 문제를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지만 이 일은 결국 안전, 즉 생명보호와 직결됩니다. 진단하고 점검한 내용이 반영되어 도로환경이 안전하게 구축되면 기분이 좋고 뿌듯합니다. 그래서 전 제 일이 의사의 업무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교통 예방접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도로를 치료해 사고가 다시 나지 않도록 개선하기 때문입니다. 내 지식과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최고의 가치에 기여한다는 점은 다른 어떤 직업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매력인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직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도로교통안전진단사는 아주 매력 있는 직업입니다. 선진국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안전, 특히 교통안전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고 도로교통안전진단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높아질 겁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업무는 아닙니다.

이미 규정에 맞춰 설계되어 있는 도로의 숨은 문제점들을 찾아내는 것은 그 도로를 설계한 설계자나 운용하고 있는 관리자보다 관련 지식이 더 많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일을 시작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교통 및 도로 관련 지식과 법령들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도움말=한국고용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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