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가는 길 4 -아버지 /강 수
눈의 무게에 눌려 잣나무 가지가 부러진다
어린 시절
어깨에 묻은 눈송이들을 털어내며 들어서시던 아버지
이제는 뼈마디에서 뚜둑 뚜둑 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몸속에 눈이 계속 내리나 보다
잣나무, 잣나무
가지마다 눈 무더기를 올려놓고 겨울을 난다
힘이 없는 가지는 부러뜨린다.
늘 푸르기 위해 자기 몸을 부러뜨릴 줄 아는 소리
살아남은 가지들이 모여 나무가 된다.
부러진 가지들이 모여 산이 된다.
쩌억 쩌억 산이 만들어지는 소리가
아버지의 뼈마디에서 들린다.
거대한 산 하나가 살아난다.
-시인축구단 글발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아버지는 자기의 희생을 통해 자식에게 푸른 잣나무가 된다. 잣이란 꿈을 준다. 우리는 아버지란 잣나무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나 아버지는 먼 들판 끝 산기슭에 홀로 서 있는 잣나무다. 자식을 생각하면서 엄동을 지나 더 큰 잣을 맺기 위해 늙은 뿌리를 지층 더 깊이 들이미는 잣나무다. 잣나무 아버지, 잣나무 아버지 불러보고 싶은 봄날이다. 아버지는 산 나뭇가지는 더 푸르게 부러진 나무는 산의 자양분으로 돌려 아버지 산으로도 일어서신다. 산 아버지, 산 아버지 불러보고 싶은 봄날이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