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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조광명(민·화성) 의원

조광명(민·화성) 의원은 경기도의회 8대의회의 가장 ‘핫(hot)’한 의원 중 한 명이다. 재향군인회의 예산을 삭감해 그야말로 등 뒤가 서늘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고, 의장의 호화 관용차량 구입계획을 철회시키기도 했다.

그 무엇보다 조 의원이 유명세를 탄 계기는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 발의다. 유급보좌관제 요구와 의정비 인상 등으로 ‘제 밥그릇 챙기기’ 비난이 이어져오던 경기도의회에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 의원의 의원행동강령 발의는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조례안에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걸까. 조항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의원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본분(?)들을 명문화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동료의원들의 강한 반대와 공격에 시달려왔다. 안건 발의 후 지금까지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데 대해 조 의원은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 “혼자 깨끗한 척 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안건을 발의하고 조 의원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혼자만 깨끗한 척 하지마라”, “의원 대부분이 반대한다”, “왜 의원들 족쇄 채우는 짓을 하느냐”, “언론플레이 그만하라” 등의 폐부를 찌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직후 인터뷰에 응하는 조 의원의 말투에는 실망감과 절망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

조 의원이 의원행동강령을 발의하기 위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는 순간부터 의원들의 냉담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령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행동강령과 다를 것 없는 조례를 만들면서까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싶으냐는 비아냥부터 왜 우리 스스로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으려 하느냐는 질책까지 조 의원의 편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의원 본인의 의지 여부를 물어보면 “본인은 크게 반대하지 않지만 다수가 반대를 하고 있으니…”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단다.

“무엇이 두려웠을까요?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의원 대부분’이라는 익명성을 이용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겁한 일입니다.”

조 의원은 보통사람과 달리 의원들은 익명성 뒤에 숨는 비겁한 행동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관철해야할 의원들이 ‘익명성’ 뒤에 숨는 행위는 ‘정치’가 아닌 ‘음모’라고까지 했다.

“조례안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조례안이 제정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특별히 더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의원행동강령 조례가 없다고 인사청탁, 이권개입, 부당이득 수수행위 등을 해도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방의회의 입법권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지.”

조 의원은 혼자 깨끗한 척, 잘난 척 한다는 의원들의 비난에 대해 “고3 수험생이 자신의 책상 위에 표어를 붙이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 표어를 통해 결단하고 다짐하면서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안쓰러운 수험생의 몸부림으로 봐 달라”고 호소했다.
 

 

 


■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조 의원이 입법예고를 거쳐 경기도의회 의원행동강령 조례안을 발의한 지 10개월 가까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찬성 서명도 받았고, 운영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지 9개월여 만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본회의 상정이 좌절되면서 광역의회 최초의 의원행동강령 제정은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날, 조 의원은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소신을 밝혔다. 당시 조 의원은 “조례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공익을 위해 일하면서, 사익을 탐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선출직 공직자가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외면하고 사익을 탐한다면,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거취를 결정할 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때 의원님들이 지역유권자에게 약속했던 아주 상식적인 것, 지키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 그런 것 몇 조항을 모아서 스스로 지키겠다고 도민들께 결의해 보자는 것”이라며 “30~40년씩 근무하는 공무원도 공무원 행동강령조례를 통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의원 스스로에게 관대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의원행동강령 제정의 필요성을 하소연했다.

조 의원의 이 같은 신상발언에도 불구하고 윤화섭(민·안산) 의장은 결국 직권으로 안건 부의를 결정했다. 상임위원장들이 반대한다는 것 외의 정확한 부의 이유는 물론 향후 상정계획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부당함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포기하려던 순간 찾아온 의지

그 이유는 단 며칠 만에 드러나고 말았다. 윤 의장이 본회의가 열리고 이틀만인 지난달 18일 프랑스 칸영화제의 관람을 위해 외유(外遊)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윤 의장이 도의 주요 행사를 불참하면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외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 해명’을 늘어놓으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특히 외유의 여행경비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무국에서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의장이 그토록 의원행동강령 제정을 꺼려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됐다. 당시 외유에 여비를 지원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의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한 김경표(민·광명)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임위원장들의 반대 이유에 대한 의혹도 단숨에 풀렸다.

‘신상발언’이라는 자극적인 도구를 사용한 이후 의원들의 공개적인 비난과 공격에 시달리며 사실상 의원행동강령 제정에 손을 떼려던 순간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조 의원은 다시 한번 기운을 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한 일에 비해 과도한 비난을 받다보니 부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한발 더 나설 경우 너무 큰 상처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상발언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지만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상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다시 한번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조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뜻이 있는 의원들을 모아 의원행동강령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또 다른 행동에 나섰다.

■ “도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

얼핏 투사의 이미지가 투영되는 조 의원의 꿈은 예상외로 너무도 소박하다.

“어렸을 때 꿈이 책방 주인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변해서 책이 많이 꽂혀있는 서재에서 글을 쓰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그 생각을 할 때면 행복감에 소년 같은 흥분이 일기도 하죠.”

소년 같은 감성을 가진 조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부딪치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까 안쓰러움도 드는 대목이다.

“본회의 신상발언을 준비하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통 오질 않더군요. 이번 일로 또 얼마만큼의 관계가 깨질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죠. 내가 왜 해야 하나, 아무 것도 안 하면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될 텐데…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 의원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도민들이 선택해줬을 때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라는 것이 아닌, 좋은 일을 하라고 뽑아준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조 의원이 정치에 입문한 지도 20여년이 지났다. 정치인으로서 살며 모든 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새로운 주장을 펼치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끌려간다면 좋은 사람 소리는 듣겠지만 그것은 본인을 뽑아준 도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마음의 고삐를 감아쥐었다.

“정치라는 것은 정말 매력 있는 부분입니다. 이익이 충돌하고 부딪치는 상황에서 절충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한 또 다른 동력을 생산해 내는 것은 정치라는 수단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책방 주인도, 글쟁이도 아닌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다.

“도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공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도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길 기대하며 연장선으로 도민으로 위해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앞으로 1년, 아니 그 이후에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정치인의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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