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소리/이섬
약간 돋워진 둥근 판에 아름답게 장식한 당좌가
맞는 자리다 맞으면 종은 부들부들 몸을 떨게 된다
둔탁한 파열음을 제거하기 위해 소리통을 만들어 세웠다
소리통을 거친 소리가 종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안에 머문다
머물렀던 소리가 방향음통에 떨어져 메아리를 이끌며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순음이 되어 소리의 여운이 생긴다
소리의 맛이 난다
출처 : 이섬 시집 , 민예당, 1996
소리의 맛이 난다니 참 새롭다. 우리가 내가 네가 종이 되어 울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살아가는 일이 제 안으로만 깊숙이 침잠하는 일이 되고 있는 일상에서 다시 한 번 나를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시이다. 소리의 맛이 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종소리를 낼 일이다. 에밀레종은 못되어도 작은 풍경 소리처럼 나지막하게.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