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채명화
바다는 동쪽으로 열려 있었다
파랗게 짙푸른 조용함으로 맞아 준 바다
조그만 점 하나가 이리도 커다랗게 안겨 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마음 보이는 모든 것은
아름다움 경이로움 그리고 먹먹함뿐이다
내가 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더냐
말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더냐
작아지고 작아지는 나는 없어지고 스러지고
세상에 섞여 울부짖는 것이
부끄러움이다 사치스러움이다
욕망의 잔해이다
침묵 속에 부여잡는 내 가슴이
이리도 쓸데없는 것뿐임을
푸른 물 위에 쏟아내고
다시 찾는 그날에는 가벼운 깃털이 되리라
물새처럼 작은 몸으로
또한 노래하리라
그렇게 섬 하나 내 가슴에서 지우고
손짓하는 안개도 없이
조용히 떠나온 발길
울릉도는 512년(신라 지증왕 13) 신라의 이사부가 독립국인 우산국을 점령한 뒤 우릉도(羽陵島)·무릉도(武陵島) 등으로 불리다가 1915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고 경상북도에 편입되었다. 울릉도에는 예부터 도둑·공해·뱀이 없고, 향나무·바람·미인·물·돌이 많다 하여 3무(無) 5다(多)의 섬으로 통했다. 이러한 섬에서 시인은 무엇을 본 것일까?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 섬에서 시인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먹먹함 등 다양한 심리를 맛본다. 왜냐하면 드넓은 바다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이 섬에서 대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숙연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드넓은 세상에서 인간은 한낱 먼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자연에 대한 경배를 올리는 순간 인간은 더 이상 작은 존재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