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김영석
흙은 소리가 없어 울지 못한다
제 자식들의 덧없는 주검을
가슴에 묻어두고 삭일 뿐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흙은
제 몸을 떼어 빚은 사람을 시켜
살아있는 동안
하늘에 종을 걸고 치게 한다
소리 없는 가슴들
흙덩이가 온몸으로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출처 김영석 시집 <썩지 않는 슬픔/창작과 비평 1992>
우리는 울 줄 아는 흙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울음은 흙을 닮아 부서지기 쉬운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거하는 모든 곳에 종소리가 울리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 귀 막고 답답하다. 그래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닮아간다. 유치환의 깃발이 그리워진다.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종을 치지만 메아리조차 없으나 제 몸이나마 울리려 하늘에 종을 걸고 그 줄을 놓지 못한다. 언젠가 한 번 하늘이 통째로 커다란 종이 되어 푸른 종소리를 들려주기를 기도해본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