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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장에 가요!”… 마을과 ‘함께’ 만든 변신 通했다

 



■ ‘새단장’ 조원시장 활기 되찾다

“시장, 마을을 품다.”

최근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영향으로 휘청이던 수원 ‘조원시장’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수원시의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대학교와 ‘1시장1대학 자매결연 협약’을 맺은 뒤 지난 9월부터 간판정비사업을 실시, 지저분하고 복잡하던 시장골목이 산뜻하게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 봄 시장 상인들이 직접 DJ로 나서 상인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를 틀어주는 ‘대추동이 라디오’가 생긴 뒤 삭막하기만 했던 시장에도 흥겨운 음악이 울려퍼지는 등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또 시장상인회 사무실 한 켠에 어린이 도서관인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이 경기도의 지원으로 설립되면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30여년간 서민과 함께 한 전통시장의 위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798번지 일대 매장면적 1만3천312㎡에 110개의 점포가 모여있는 조원시장은 지난 1982년 자연적으로 조성, 2008년에 수원시로부터 전통시장으로 인가받은 30여년 전통의 재래시장이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조원시장에서 불과 500여m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

설상가상,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화된 시설과 마구잡이로 설치된 각종 간판, 시장 골목을 가로지르는 낡은 전깃줄 등으로 고객들의 발길은 점점 더 줄어들었고, 상인들의 한숨은 더욱 늘어만 갔다.

▲고객 떠난 전통시장, 변화로 위기탈출

이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간판정비사업’은 상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었다.

특히 경기대학교와 ‘1시장1대학 자매결연 협약’을 맺게 되면서 상인들의 자부담 비용에 대한 전액 면제 혜택도 주어졌다.

뒷골목과 상가 2층, 은행 등 불가피하게 간판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일부 점포를 제외한 80개 점포 상인들은 즉각 사업에 동참했다.

간판정비사업은 수원 화성 주변 행궁길(공방거리) 간판정비사업을 벌여 지난 2011년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옥외광고업무 관련 우수시책 평가에서 수원시에 최우수 부분인 기관 및 개인 표창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겨준 ‘모던 디자인&인테리어(대표이사 박형순)’가 맡아 지난 9월부터 정비를 시작했다.

하나둘 노후된 간판이 새단장을 시작하면서 거리와 함께 상인들의 얼굴도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도 다시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 최모(57·여)씨는 “어지럽게 설치된 간판들과 천막들 때문에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 동안 시장을 찾지 않았다”며 “하지만 가게마다 간판은 물론, 외관까지 깔끔하게 단장돼 쾌적함까지 느껴져 최근 다시 시장을 자주 찾고 있다”고 조원시장의 변화를 반겼다.
 

 

 


▲조원시장 간판에만 있는 ‘특별함’

이번 조원시장 간판정비사업이 타 지역보다 ‘특별한’ 이유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간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특별함은 바로 지역 어린이들의 그림과 글씨가 간판에 담긴 것이다.

‘모던 디자인&인테리어’는 사업 입찰 제안 당시 ‘함께’를 주제로, ‘시장의 상인, 아이들과 함께 조원시장만의 특별한 가치를 함께 만들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 슬로건은 실제 간판 디자인에 적용됐다.

조원시장은 인근에 위치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글씨를 토대로 간판을 제작했다.

이 특별한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주민 이모(43·여)씨는 “우리 아이가 그린 그림이 간판으로 제작돼 뿌듯하다”며 “아이도 자신의 그림이 간판에 들어간 게 신기한지 매일 시장에 가자고 조른다. 시장에 올 때마다 반찬거리와 생활물품을 구입하게 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어 가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조원시장 상인회와 ‘모던 디자인&인테리어’는 간판 디자인으로 선정된 그림을 그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상식도 열 계획이다.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조원시장

“꿈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17일 오후 조원시장 곳곳에서는 캐롤과 트로트, 최신가요 등 장르를 불문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음악 사이사이에는 시장 상인들이 직접 쓴 사연과 상인회에서 알리는 공지사항 등이 흘러나왔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물건가격을 흥정하던 일도 잠시 멈추고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DJ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조원시장 상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대추동이 라디오’ 덕분이다.

올 봄부터 방송을 시작한 ‘대추동이 라디오’는 시장 상인들이 직접 DJ를 맡아 방송된다.

방송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접수된 사연과 신청곡이 많으면 길어지고, 적으면 짧아진다.

그래도 상인들과 고객들은 즐겁다.

그들의 이야기가 방송되기 때문이다.
 

 

 


▲어린이 웃음소리 가득한 시장 속 도서관

라디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어린이 도서관 ‘대추동이 작은도서관’도 주민들이 조원시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아파트 단지 안 도서관, 주민센터의 문고 등은 많지만, 아마도 시장 내 도서관은 수원에서 조원시장이 처음일 것”이라는 도서관 자원봉사자의 말처럼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은 신선하다.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대추동이 작은도서관’에는 동화책과 영어교재, 소설책 등 5천여권의 책들이 빼곡하다.

지역 어린이들은 방과후 이곳을 찾아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린다.

방학 중에는 특강을 통해 댄스수업과 미술수업, 풍선아트는 등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예산은 조원시장 상인회에서 지원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가족영화상영 뿐만 아니라 영어스토리텔링 수업이 진행돼 더욱 북적인다.

어린이들의 관심은 부모들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주민 김모(38·여)씨는 “그동안 도서관이 멀어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집 근처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생겨 너무 좋다”며 “아이들의 성화에 일주일에 3~4일은 시장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전승표기자 sp4356@

/사진 = 오승현기자 osh@
 

 

 


“고객이 찾는 시장으로 변화 중

전통시장 살리기 ‘길잡이’ 되길”

김병곤 조원시장 상인회장


“고객이 있어야 상인이 있다!”조원시장의 슬로건이다.

김병곤(43) 조원시장 상인회장은 이 슬로건을 소개하며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8년 전 처음 조원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며 “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입점한 뒤부터 점점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옛 조원시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어 “특히 조원시장 상인들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다 보니 고객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그러나 마냥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전통시장으로 인가받은 뒤 전임회장 때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설명한 그는 “2009년 2대 회장에 선출된 후 상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마침내 그 해결책을 찾아 시행 중이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최근 조원시장은 예전의 모습을 탈피해 새롭게 변화 중이다”라며 “지난 30여년의 세월 이상으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조원시장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어 “조원시장이 전국 전통시장이 회생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며 “지역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 숨쉴 수 있도록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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