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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回文

                                                                                                                                   /조용환

 

맴돌고…… 맴돌고…… 한참을 다녀와서
풀잎에 내려앉은 잠자리 한 마리
사르르르…… 日月보다 빠른데
물뱀 한 마리 밑줄 그으며 강을 건너온다
단 한 줄이다
강물과 햇살과 초록이 잠시 놀다 간 길,
그새 그걸 다 읽고 자취조차 없는 걸 보면
감쪽같다

                                                                      --조용환 시집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에서

 

 

回文이란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뜻이 같은 문장을 말한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문장 전체를 휘어서 머리와 끝을 이어버리면 곧장 원의 세계가 될 법도 하다. 있다가 없다가, 없다가 있다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사라졌다가 보였다가, 삼라만상의 원리도 혹시 이와 같지는 않을까. 시인의 생각이 대단히 재미있어진다. 윤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상 이런 사실을 목도한다. 앞과 뒤는 붙어 있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이 없고 뒤가 따로 없게 된다. 앞뒤를 구별하는 것은 논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시 한 편을 거꾸로 읽는다고 해서 시의 뜻이 달라지진 않으리라. 소설 한 권을 거꾸로 읽는다고 해서 줄거리가 달라질까. 시작도 끝도 끝이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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