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8 (일)

  • 구름많음동두천 28.2℃
  • 흐림강릉 32.6℃
  • 구름많음서울 29.2℃
  • 구름많음대전 29.4℃
  • 구름조금대구 30.6℃
  • 구름조금울산 29.6℃
  • 맑음광주 28.5℃
  • 맑음부산 28.7℃
  • 맑음고창 28.8℃
  • 맑음제주 30.1℃
  • 구름조금강화 27.2℃
  • 구름많음보은 28.4℃
  • 구름많음금산 30.1℃
  • 맑음강진군 28.9℃
  • 구름조금경주시 30.4℃
  • 맑음거제 27.6℃
기상청 제공

매일 작물 자라는 기쁨… 도시 실패 딛고 희망 일구다

귀농 환상 버리는 것 가장 중요
실패 이겨낼 수 있는 끈기 갖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소득 보장 작목 선택도 중요
선배·관계기관에 도움 청하길
‘가나안 농장’ 김삼천 대표

 

“귀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야 하고, 다른 농장과의 차별성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은퇴로 인해,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또는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등 여러 이유들로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로 인해 귀농을 원하는 도시민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가 개설되는 등 귀농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귀농에 도전하며 갖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은 끝에 성공한 사례만큼 귀농 희망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추천을 받아 꾸준한 자기계발과 친환경 농산물 재배 및 판로개척 등을 통해 귀농에 성공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덧 귀농 19년차에 접어든 덕분인지 그의 눈동자와 표정에서는 여유와 자부심이 엿보였다.

안성시 양성면 덕봉리에 위치한 ‘가나안 농장’의 대표 김삼천(59)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과연 제가 귀농 희망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며 쑥스러워했지만, 이내 자신의 귀농 성공기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서울서 승승장구 ‘화이트 칼라’
‘내 사업’ 고군분투 불구 빚더미
고향 친구 제안에 아내와 귀향
오이 하우스 인수해 농사 시작



3년 만에 규모 9개동으로 늘려
타지역 벤치마킹·판로 다각화 등
꾸준한 노력, 소득증가 이어져



재배작목 다양화·친환경 재배로
친환경 인증·경기 G마크 획득



농업인들과 노하우 나누고 싶어
로컬푸드 체험농장 정착 새 목표




▲잘나가던 의류업계 직장인에서 농사꾼이 되기까지

김삼천씨는 비록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안성에서 태어났지만,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어린 시절을 보내는 등 농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유명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장으로 승진할 만큼 탄탄대로를 달리던, 소위 잘나가던 ‘화이트 칼라’였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이 오히려 독(毒)이 됐다.

그는 “어린 나이에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며 승진을 거듭하다보니 자신감이 충만했어요. 결국 1994년에 내 사업을 하겠다며 좋은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왔죠”라며 “이후 전공을 살려 곧바로 의류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론과 실전은 다르더라구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년간 스스로가 자신있어하던 분야에서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그의 말대로 이론과 실전의 온도차는 컸다.

퇴직금은 물론, 살고 있던 집까지 모두 날리고 빚더미에 올랐다.

돈이 없는 것보다는 실패에 대한 좌절감이 컸다.

마침 이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 친구로부터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는 고등학생이던 아들과 중학생이던 딸을 남겨둔채 아내 이복순(57)씨와 단둘이 고향인 안성으로 향했다.

운도 따랐다.

이미 오이가 자라고 있던 하우스 4개동이 전 주인의 건강악화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그렇게 그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오이농사를 시작했다.

 

 

 



▲끊임없는 노력이 성공으로 가는 열쇠

난생 처음해보는 농사지만 시작은 수월했다.

농사를 시작한지 한 달만에 이미 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던 오이의 수확철이 다가온 것.

무일푼으로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시작했던 그는 수확한 오이를 판매해 친구들에게 빌렸던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3년만에 하우스 규모도 9개동으로 늘렸다.

“처음 시작하는 농사일은 참 재밌었습니다. 회사일과 달리 매일매일 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많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죠”라는 그는 “특히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오이는 소비성이 많고, 회전률이 빠른데다 고소득 작물이어서 한 동안 오이농사에만 매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대로 현실에 안주하지만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영업일수’를 늘리고, 보다 좋은 가격에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유명한 경매사를 찾아 서울 양재동 가락시장을 자주 찾는 한편, 전국에서 가장 오이농사를 잘 짓는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보통 오이는 3월에 수확을 하는데 가락시장 공판장에 가보니 이보다 빠른 11월~12월에도 최상품의 오이가 나오고, 가격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라며 “소개로 찾아간 경북 상주의 오이농가의 경우도 다른 농가들보다 일찍 농사를 시작해 수확이 빠르고, 포장을 잘한다는 점이 특징이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 상주 농가와의 연료 등 5년치 비교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상주와 안성은 일조량과 온도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농사를 일찍 시작했을 경우, 연료비 등 생산원가는 더 많이 들어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득이 더 높을 것 같아 주위의 다른 농가들보다 몇 달 먼저 농사를 시작했습니다”라는 그는 “이후 실제로 더 많은 소득을 얻는 모습을 본 다른 농가들도 잇따라 시기를 앞당겨 농사를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판로도 새로 개척했다.

그 동안 안성지역의 오이농가들은 수십년 째 양재동 가락시장 등 단 두 곳의 한정된 경매장에만 수확한 오이를 출하하고 있었다.

직장생활과 사업가 시절의 마케팅 능력 및 시장조사 능력을 통해 즉각 판로 다변화에 착수한 그는 구리농협과 서울청과, 영등포 재래시장 등으로 판로를 개척했고, 이는 경매시장의 경쟁을 유발해 자연히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또 한번의 도전, 친환경 재배와 작목 다양화

이렇듯 조금씩 진짜 농부로 거듭난 김삼천씨는 2007년 현재 위치에 3㏊(9천평 규모), 하우스 50개동 규모로 확장·이전하는 한편, 오이와 함께 방울토마토의 재배도 시작했다.

이 때 친환경 재배에 대한 꿈도 생겼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련한 ‘농업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는 그 곳에서 당시 미나리와 딸기 등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던 다른 농업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견학지였던 일본에서도 일반 농사를 친환경 농사처럼 하는 모습을 보며 친환경 재배에 대한 관심과 목표를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1주일 단위의 농사 계획을 마련하고, 도농기원 이영수 박사의 도움을 받아 작물에 생기기 쉬운 흰가루병을 천적곤충인 노랑무당벌레로 방제하는 등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친환경으로 재배하기 시작, 지난 2010년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인증과 경기도에서 주는 G마크를 획득했다.

지난해부터는 딸기도 친환경으로 재배하며 농장 규모를 더욱 키웠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현재 김삼천씨가 생산하는 작목들은 대형마트와 농협, 경기지역 학급 급식 재료 등으로 납품되며 고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

김씨는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은 물론, 중국 등 타 국가와의 FTA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재배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농업환경은 차별성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신의 노하우를 나누기 위한 새로운 시작

“이제는 제가 가진 농사 노하우를 다른 농업인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우연히 고향에 내려와 뛰어든 농사일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친환경 로컬푸드 체험농장을 정착시키는 일이 그것이다.

이미 지금도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녹색농업대학 등을 통해 자신의 농장을 찾는 농업인들에게 다양한 친환경농자재와 재배방법, 시설채소 경영방법 및 병해충 방제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언제든 농장을 찾아 원하는만큼 따먹고, 일정부분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금의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켜 보다 많은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그는 귀농 희망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귀농 희망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귀농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일입니다”라며 귀농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 실패가 뒤따를 수 밖에 없는 데 이를 이겨낼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며,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돈을 벌지 못하면 사실상 농사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이 보장되는 작목 선택이 중요합니다”라며 “특히 농사에 있어 자존심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제든 모르는 점이 있으면 본인보다 먼저 농사를 시작한 사람들 또는 도농기원과 같은 관계기관에 도움을 청해 어려움을 해결해야 귀농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승표기자 sp4356@

/사진=오승현기자 osh@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