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
/박용하
아무래도 시가 좋겠어
바람이라면 더 좋고
나무와 길이라면
아무래도 노래가 좋겠어
누가 꼭 듣지 않아도
빗방울이라면 좋고
진눈깨비라면 더 좋은
아무래도 사람이 좋겠어
저 나무 아래를 걸어
이 길로 드는
하늘이라면 더 좋고
염소라면
제비꽃이라면
좋은 것은 아무래도 자연이 제일 좋겠어
--박용하 시집 『견자見者』(열림원, 2007)
한 해가 지나갔네요. 오래 전 설레는 마음으로 연하장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메일을 지나 문자를 지나 SNS로 많은 인사를 하지요. 그러면서 손의 감촉도 점점 잊혀져가는 듯.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간편해질수록 우리 사이는 점점 딱딱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봤어요.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꽃과 나무를 보고 더불어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 여유로움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유현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