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세모녀 자살 사건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치매를 앓는 부모를 간호하던 자녀들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특히 자살을 선택하는 대다수가 극심한 건강악화와 생활고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보호를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낮 12시50분쯤 고양시 일중로의 한 모텔에서 70대 노인과 40대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사망자는 고양에 거주하는 A(48)씨와 그의 아버지(75)였으며 이들 곁에는 재만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이들의 유서에는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라며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두고 가면 가족들이 힘들 테니 함께 가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의 아버지는 7년 전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치료 및 요양을 위해 병원에서 5년 간 생활했지만 아들이 사업 실패로 경제난에 시달리자 2년 전부터 A씨가 아버지를 직접 간호하며 살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이 모든 것을 직접 떠안고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7일에는 남양주시 별내동 한 아파트에서 최근 치매 판정을 받은 이모(90·여)씨와 딸 박모(55)씨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최근 뇌경색 증상으로 일주일 간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치매 초기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방안에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달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승철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장은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이웃은 물론 지역의 공동체 문화가 확고했지만 최근 급격하게 개인화되면서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외, 자살 등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며 “공동주택은 물론 지역사회 전체에 걸쳐 공동체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이전에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