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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가진 이웃과 함께하기 순수함 이해하는 시선 필요”

이 세 희
인천장애인복지관 옹호서비스팀장

 

잘생긴 청년이 뛰어 들어온다.

“선생님, 주열이(가명)가 자꾸 돈 달래요.”

이세희(사진)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옹호서비스팀장은 담당사회복지사와 자초지종을 물어본다.

아는 어휘를 총동원해 어물어물 말을 하는 잘생긴 청년. 이 청년에게는 발달장애가 있다.

그는 지적장애인으로 같은 연령의 청년에 비해 인지·언어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선 이러한 아동, 청소년, 나이 많은 성인장애인들까지 일상의 소소함에서 심각한 문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상담해오며 해결을 원한다.

물론 열심히 듣고 해결을 위해 여러 사회복지사가 함께 고민하지만 타인의 삶에 대한 개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외모는 일반사람과 다르지 않지만 지적능력 부족으로 인해 살아가는 데 타인에게 간섭 받고, 친구조차 사귀기 힘들어 하는 외로운 발달장애인들이 너무 많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사회 속에서 발달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것은 비단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도 해당하는 일이다. 복지관에서는 예쁜 아기를 안고 복도의자에 앉아있는 지친 어머니의 무표정한 모습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장애자녀의 재활 치료를 위해 또 다른 아이까지 동행해 복지관을 매일 방문하고 기다림을 반복한다.

더운 여름날 아이 둘을 데리고 이동하고, 시간을 견디고, 편견을 이겨내고, 장애를 가진 부모가 겪어야 하는 것들은 너무도 많다. 어느날 복지관이 위치한 연수구의 파출소에서 가정 내 장애인 폭행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문제의 가정을 방문했다.

다리에 보조기를 한 채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40대 아들이 걱정된 80대 아버지는 어린애 나무라듯 혼냈고, 이것을 본 마을 주민이 파출소에 신고를 한 것이다.

우리사회의 조력과 지원 없이 홀로 장애아들의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진 아버지에게 장애인의 인격과 권리를 강조하기에는 우리사회의 방치된 시선이 너무 깊다.

처음부터 이 분들의 마음을 열 수는 없기에 지속적으로 방문해 인간적 관계형성과 필요한 서비스 지원을 위한 장기적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며 다음 방문을 기약한다.

이세희 팀장은 “복지관의 일과는 사회복지사가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전혀 예기지 않은 응급상황이 발생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옹호서비스팀은 장애를 가진 아동, 청소년, 성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본인의 인권을 존중받으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한다.

우리사회의 언어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이들의 진짜 숨은 이야기, 세상에 던지고 싶은 자신들의 이야기.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또 세상에 전하기 위해 오늘도 이세희 팀장은 복지관으로 출근한다.

/이범수기자 l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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